향후 3년간 대기업 진출 금지·프로모션 자제
이미 시장 확대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승자?
동반성장위원회가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3년간 대리운전업에 대기업의 신규 진입은 제한되고 기존에 진출한 카카오모빌리티, 티맵 모빌리티 역시 사업상 제약을 받게 됐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이 제한되면서 이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동반위는 24일 열린 '제70차 본회의'에서 대리운전업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의결했다. 지난해 5월 전화 호출 대리운전 사업자들의 모임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총연합회)가 동반위에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지 1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대기업 현금성 프로모션 못하고, 신규 진출 막혀
이날 동반위는 △대리운전업 시장에 신규 대기업은 진입을 자제하고 이미 진입한 대기업의 확장 자제 △대리운전업 적합업종 합의‧권고는 전화 유선 호출 시장으로 한정 △대기업은 현금성 프로모션을 통한 홍보 자제(플랫폼 영역 포함) △대리운전 기사의 처우개선, 복지향상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면서 합의사항 준수를 위해 협의체도 구성, 정기적인 논의를 갖고 동반위 요구 자료에 대한 성실한 제출 등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법적 강제성을 지닌 결정은 아니다. 다만 기업 간 합의를 통해 도출된 방안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를 이행한다. 지정 기간은 3년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사업 확대에 제한을 받게 된 카카오모빌리티, 티맵 모빌리티 모두 "동반위 적합업종 권고 결정을 존중하며 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지만, 업체별로 입장은 상이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 이미 장악한 카카오T는 '안도'...추격해야할 티맵은 '울상'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권고안에 1위 업체에 대한 점유율 규제가 빠지면서 최악은 피했다는 분위기다. 아울러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프로모션 자제안이 포함되면서 경쟁사인 티맵 모빌리티로의 고객 유출 방지를 위해 사용해야 할 마케팅 비용도 아낄 수 있게 됐다.
이미 카카오모빌리티는 2016년 '카카오T'와 같은 플랫폼 기반 호출 서비스로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한 이후 카카오 플랫폼을 무기로 시장 지배력을 크게 키웠다. 또 전화 호출 시장 1위 서비스인 1577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대리운전 배차 프로그램 업계 2위 업체인 '콜마너' 사업 등도 인수하면서 전화 기반 호출 시장에도 발을 넓혔다. 현재 약 2조7,000억 원 규모로 알려진 국내 대리운전 시장의 80%가량은 전화 호출로 형성되고 있다. 이 시장에는 3,000여 개의 영세 업체들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전체 대리운전 시장의 40%가량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뒤늦게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 티맵 모빌리티는 아직까지 1% 미만의 미미한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신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프로모션, 전화 호출 업체 M&A 등 역량을 쏟아부으면서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동반위의 권고에 발목이 잡히면서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배력이 유지·확대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모빌리티 관계자는 "전체 대리운전 시장 자체가 점차 유선 호출에서 플랫폼 호출로 전환되는 상황이다"라며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이 제한되면서 카카오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기존 대리운전 업계도 불만..."대기업 편만 들었다"
동반위의 이번 결정과 관련, 기존 대리운전 업계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리운전 중소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의 장유진 회장은 이날 동반성장위 결정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불합리한 절차와 속임수로 합의를 끌어내는 동반성장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 회장은 이어 "(동반성장위가) 영세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해 진정성에 의문이 들 뿐"이라며 "중소·영세 사업자를 기만한 동반성장위 담당자와 대기업의 편에 선 동반성장위 실무위원회를 고발하고, 정부에는 동반성장위에 대한 특별 감사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회원사로 속한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도 우려를 나타냈다. 차남수 소공연 본부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동반성장위는 대중소 상생을 추구하는 것이 존재의 목적인데 현재 안은 기존 대리운전 시장 구성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기존 중소·영세업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연합회는 지난해 5월 동반성장위에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카카오모빌리티, 티맵 모빌리티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3년간 막아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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