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23일 밤 자진 사퇴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정 전 후보자가 23일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하자, 윤 대통령은 즉각 수용하고 발표를 지시했다고 한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24일 "윤 대통령은 정 전 후보자에 대한 인간적인 미안함을 놓지 않았다"면서 "정 전 후보자를 배려하기 위해 끝까지 기다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드러낸 단면이다.
"부정의 팩트 없다"고 본 尹… "여론은 부담"
정 전 후보자는 지난달 10일 장관 지명을 받은 직후 도덕성 의혹에 휩싸였다. 경북대 의대 교수 출신인 그가 자녀들의 같은 대학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쓰게 했다는 악성 의혹이었다. 사퇴 여론이 불붙었으나, 정 전 후보자는 버텼다. 윤 대통령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감쌌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이후 더 강경해졌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정 전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이 나오지 않았다"며 "'평생 칼잡이(검사)'인 윤 대통령이 보기엔 정 후보자를 버려야 할 결정적 하자, 즉 '부정의 팩트'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법리만 따진 건 아니다. 정 전 후보자를 향한 안타까움이 윤 대통령의 냉정한 결단을 막았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혼까지 탈탈 터는 인사청문회 문화 때문에 많은 인재들이 장관 후보직 수락을 꺼린다"며 "가뜩이나 인사청문회를 힘들게 넘긴 정 전 후보자를 내쳐야 한다는 여론이 높으니 윤 대통령이 괴로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정 전 후보자가 스스로 거취 결심을 하기 전까지 직접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 사람'을 쉽게 내치지 않는 이른바 '형님 리더십'의 특징이라고 측근들은 풀이했다. 윤 대통령에게 인간미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취지이지만, "공사 구분을 명확하게 하는 것도 대통령의 중요한 덕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내각 일단 출범… 교육부 복지부 인선은 고민 중
이로써 '윤석열 내각' 1기는 사실상 진용이 갖춰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취임했고, 18개 정부 부처 중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제외한 16개 부처 장관 인선이 완료됐다. 이에 윤 대통령은 오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정식 국무회의를 연다.
교육부와 복지부 장관 후속 인선도 고심 중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정철영 서울대 농산업교육과 교수와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가까운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 교수 등이 거론된다. 복지부 장관에는 윤도흠 차의과대 의무부총장, 인요한 세브란스 국제진료센터 소장 등 의료인이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장관 후속 인선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6·1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인사 리스크'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속 인선은 더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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