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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우려 큰데... 또 '가스라이팅' 웃음 소재로 쓴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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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우려 큰데... 또 '가스라이팅' 웃음 소재로 쓴 공영방송

입력
2022.05.26 13:16
수정
2022.05.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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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예능 '빼고파' 14일 방송
'먹스라이팅 잘하네' '먹스라이팅 등장' 자막 내보내
지난해 6월 시청자위원회 지적 받고 개선 안 돼

예능프로그램 '빼고파' 14일 방송에서 '먹스라이팅 잘하네'란 자막이 큼지막하게 떠 있다. 먹스라이팅은 '먹다'란 뜻과 정서적 학대를 뜻하는 가스라이팅을 합성한 단어다. KBS2 방송캡처

예능프로그램 '빼고파' 14일 방송에서 '먹스라이팅 잘하네'란 자막이 큼지막하게 떠 있다. 먹스라이팅은 '먹다'란 뜻과 정서적 학대를 뜻하는 가스라이팅을 합성한 단어다. KBS2 방송캡처

공영방송이 시청자 웃음을 빌미로 정서적 학대 표현인 '가스라이팅'을 활용한 자막을 또 내보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굴복시켜 범죄 수단으로도 쓰이는 표현을 희화화해 그 위험과 폭력성을 사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이은해씨가 숨진 윤씨를 상대로 8년 동안 가스라이팅을 해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살해한 혐의를 받아 가스라이팅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KBS는 지난해 6월 시청자위원회에서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가스라이팅과 '먹다'를 합성한 '먹스라이팅' 등의 자막을 내보내 비판받았다. 그 이후 1년이 지나 또 문제의 소지가 큰 자막을 여과 없이 내보내 내부 검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예능프로그램 '빼고파' 14일 방송에서 '먹스라이팅 등장'이란 자막이 큼지막하게 떠 있다. 먹스라이팅은 '먹다'란 뜻과 정서적 학대를 뜻하는 가스라이팅을 합성한 단어다. KBS2 방송캡처

예능프로그램 '빼고파' 14일 방송에서 '먹스라이팅 등장'이란 자막이 큼지막하게 떠 있다. 먹스라이팅은 '먹다'란 뜻과 정서적 학대를 뜻하는 가스라이팅을 합성한 단어다. KBS2 방송캡처

14일 방송된 KBS2 '빼고파'에선 오징어현미비빔국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먹스라이팅 잘하네'란 자막이 큼지막하게 떴다.

'문제의 자막'이 뜬 과정은 이랬다. 출연자인 브레이브걸스 멤버 유정은 오징어를 채 써는 유튜버 김주연에게 "주연아, 몰래 하나 먹어봐"라고 속삭이듯 말했다. 그 소리를 들은 김신영이 "유정이, 먹스라이팅 잘하네"라고 말했고, 제작진은 그 말을 그대로 자막으로 옮겼다. 제작진은 더 나아가 웃고 있는 유정의 화면에 '먹스라이팅 등장'이란 자막까지 재차 입혔다. 먹도록 옆에서 부추긴다는 의미에서 웃음 코드로 사용한 건데, 가스라이팅이란 위험한 단어를 희화화하는 것은 공영방송으로 신중하지 못한 제작 행태라는 지적이다.

한석현 YMCA 시민중계실 실장은 "글로 시각화되는 자막은 유포되기 쉬워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더 꼼꼼한 사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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