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축적 및 재산 대물림 수단으로 재단 악용되는 것 막을 것"
IT 기술 활용한 사회적 약자 지원 활동 예정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사회공헌을 위해 재산의 절반을 털어 설립한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난다. 대신 네이버 창업 멤버이며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를 설립한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이사장을 맡는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창업 멤버인 두 사람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새로운 재단 운영 방식을 실험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이날 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나고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새로 이사장을 맡았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임팩트재단 이사장에 이어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마저 그만두면서 모든 대표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앞으로 그는 재단 이사로 남아 격주 열리는 회의에서 김 대표와 사회공헌 활동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2월 재산의 절반을 내놓겠다고 발표하고 지난해 6월 자신의 영문명을 딴 브라이언임팩트재단을 설립했다. 그의 재산이 약 1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재단에 5조 원 가까이 투입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김정호 대표 제안으로 도입되는 독특한 재단 운영 방식이다. 앞으로 재단은 김범수 창업자가 돈을 내놓을 때마다 쌓아 두지 않고 바로 집행해 모두 소진한다. 이때 집행 계획은 김 창업자에게 결재를 거쳐 승인받는다.
이처럼 독특한 방식을 도입하는 이유는 재단을 부의 축적 및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축적된 재단 출연금을 둘러싼 이권 다툼을 막기 위해서다. 김정호 대표는 "국내 4,000개 공익재단 가운데 자식이 관여해 돈을 사용하지 않고 쌓아 두면서 재산 증식이나 대물림 수단으로 삼고 이권다툼을 벌이는 곳들이 있다"며 "이런 문제를 없애려는 김범수 창업자의 뜻에 따라 두 자녀도 재단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가 김정호 대표를 이사장으로 택한 까닭은 27년간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창립멤버로 참여해 네이버 한게임 사장을 지낸 김 대표는 사재를 털어 중증발달장애인들을 기용하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를 설립했다. 명함 제작 및 제과 제빵, 카페 운영을 대행하는 베어베터는 300명이 넘는 발달장애인을 정직원으로 고용했다. 또 그는 북한에 기아대책으로 매년 1억3,000만 원 상당의 빵을 보내는 등 지금까지 사회공헌을 위해 13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김정호 대표는 일체의 경비를 받지 않고 무보수로 재단 이사장 일을 한다. 그는 "김범수 창업자의 사회공헌에 대한 진정성과 진심을 느껴 이사장을 맡았다"며 "김 창업자가 확신을 갖고 필요한 의사 결정을 하도록 조언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재단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과 정보기술(IT)로 이들을 돕는 일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김범수 창업자는 재단을 통해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여성환경연대, 푸른나무재단 등 환경, 여성, 청소년, 인권 등을 다루는 6개 외부 복지단체에 100억 원을 지원했다.
이어서 추가로 김 창업자는 100억 원을 재단에 기부하고 김정호 대표는 37억 원을 따로 내놓아 지방의 중증장애인 일자리 확대 사업을 지원한다. 우선 대구에 발달장애인을 채용해 제과 제빵 등 식음료 사업을 하는 브라보비버 사업장을 연다. 김 대표는 "지방에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사업"이라며 "전국에 100개 사업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은 장기적으로 IT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는 재단 사업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김정호 대표는 "재단은 기부자가 주인공이 돼서 빛이 나야 기부 문화가 활성화된다"며 "김범수 창업자의 뜻이 빛날 수 있도록 기부금을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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