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KN-23 '섞어쏘기'도 미보도
통일부 "정치적 셈법 고려됐을 듯"
미사일 도발 후 이튿날 대대적 보도를 통해 군사력을 과시하던 북한이 이달 들어 4차례나 침묵하는 이례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 출범 및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점과 맞물리면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북한은 25일 미국을 겨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한 발과 대남 위협용인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두 발을 연달아 발사한, 이른바 ‘섞어 쏘기’를 처음 선보이며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26일 관영매체에는 관련 소식이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4일 ICBM, 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2일 초대형방사포(KN-25) 발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ICBM과 SLBM은 전략무기라는 점에서, 남측 공격에 특화된 KN-25는 3발을 최초로 연속 발사했다는 점에서 대서특필할 만한 무력시위지만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3월 25일 북한이 ‘화성-15형’을 화성-17형으로 위장발사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 형식의 홍보 영상을 공들여 제작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시간표대로”… 7차 핵실험 때 몰아서 공개?
군 당국은 일단 남측 새 정부 출범에 맞춘 북한의 전략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군사력을 뽐내 협상력을 높였다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부터는 비공개 행보를 통해 ‘전략적 모호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 때 수립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조용하게’ △핵무기 소형화 △극초음속무기 개발 △핵잠수함 △군사정찰위성 운영 등 무기체계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무기개발 현황을 수시로 공개하는 북한의 패턴은 사실 대내 결속력은 높일지 몰라도 상대에게 ‘패’를 먼저 내보인다는 측면에서 썩 좋은 전략은 아니다. 우리 군이 전략무기체계의 제원을 숨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공언한 ‘시간표’대로 움직이겠다는 신호”라며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한꺼번에 보도를 쏟아내며 선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군사기술적 수요보다 정치적 셈법이 더 크게 고려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 대내적 상황에 대한 북한의 평가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로 고통 받는 주민 눈치보기?
북한 당국이 확산세를 잡았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도 일부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12일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공식 인정한 후 한때 일일 신규 발열자가 39만여 명을 찍을 정도로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 변수로 급부상한 탓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보도는 주로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실리는데 한 발 쏠 때 통상 20억~40억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사흘째 사망자가 없다고 주장하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면서 “주민들이 감염병으로 고통 받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군사행동을 크게 홍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이날 신규 발열자가 10만5,500여 명 나와 닷새 연속 10만 명대를 유지했다. 북한 매체들은 “과학계에서는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이 종식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며 풍토병 전환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방역 성공’ 부각을 통한 민심 달래기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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