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B형 간염 환자는 간암뿐만 아니라 위암ㆍ폐암ㆍ대장암 등에 걸릴 위험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면 위험이 다시 비감염자 수준으로 줄었다.
이정훈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동현 서울시 보라매병원 교수ㆍ정성원 임상강사)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이용해 77만6,380명의 만성 B형 간염 환자 가운데 간 외에 생긴 암(간외암) 발병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B형 간염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만성 B형 간염이 있으면 간에 지속적인 염증이 발생해 간경화 및 간암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만성 B형 간염 환자 10명 중 1명에게 10년 이내 간암이 발생한다. 국내 유병률은 3% 정도다.
그런데 최근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이 아닌 다른 장기에서도 검출되면서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정상인보다 비호지킨림프종 등 일부 간외암이 많이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에 연구팀은 만성 B형 간염과 간외암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2~2014년 만성 B형 간염으로 진단받은 환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간외암 발생률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만성 B형 간염+항바이러스제 복용 △만성 B형 간염+항바이러스제 미복용 △비감염자 등 3개군으로 나눠 4년 정도 추적 관찰됐다.
그 결과, 만성 B형 간염+항바이러스제 미복용 그룹은 비감염자보다 간외암 발생 위험이 22% 높았다.
특히 항바이러스제 미복용 그룹은 비감염자보다 위암ㆍ폐암ㆍ갑상선암ㆍ콩팥암ㆍ비호지킨 림프종ㆍ췌장암ㆍ담낭암 위험이 높았다.
반면 만성 B형 간염+항바이러스제 복용 그룹에서 간외암 발생률은 비감염자와 차이가 없었다.
이를 바탕으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외암 발생에 영향을 끼치며,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간암처럼 간외암 발생 위험을 줄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주장했다.
이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로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간암뿐만 아니라 위암ㆍ폐암ㆍ대장암 등 다른 암도 적극적으로 선별 검사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만성 B형 간염 환자를 치료할 때 항바이러스제의 간외암 발생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비용ㆍ효과면에서 항바이러스제 치료 이익을 더 크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종양학 분야 국제 학술지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IF=44.544)’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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