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 천연두 백신 확보 나선 탓
코로나 당시 백신 빈부격차 되풀이 우려
확산세에 WHO "각국 감시 수준 높여라"
아프리카 최고 공중보건 기구 수장이 천연두 백신 ‘사재기’ 움직임에 경고장을 날렸다. 원숭이두창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각국의 백신 확보전이 치열해진 탓이다. 자칫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불거진 국가 간 백신 ‘부익부 빈익빈’ 양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흐메드 오그웰 우마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 대행은 기자회견에서 “백신은 가장 필요한 곳에, 위험에 근거해 공정하게 배분돼야 한다”며 “’누가 살 수 있느냐’가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이 천연두 백신을 챙기는 바람에 위험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공급이 압박받아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최근 천연두 백신을 쓸어 모으고 있는 선진국을 향한 메시지다. 그간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나타났던 원숭이두창이 이달 초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북미, 오세아니아, 중동까지 확산하면서 각국은 천연두 백신 선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독일은 덴마크 백신 제조업체에 천연두 백신 4만 도스를 주문했고 스페인도 구매를 타진 중이다. 미국은 30일 백신 공급계획을 발표한다. 천연두 백신은 원숭이두창에 85%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코로나19 당시 부국들이 자국민의 몇 배에 이르는 백신을 ‘싹쓸이’하면서 빈국 접종률이 한참 뒤처졌던 전례가 원숭이두창에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각국의 백신 확보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벌써 아프리카를 제외한 20개국에서 2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원숭이두창이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는 탓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분간 감염 사례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각국에 감시 수준을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미 백악관도 “세계적으로 이런 규모와 범위의 원숭이두창은 이전엔 본 적이 없다”며 긴장감을 내비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