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결의안 표결, 중국·러시아만 반대
몽니 부각할 수 있지만, 대결 고착 우려
韓 자체 압박도 '대화 가능성' 고려해야
26일(현지시간) 4년 반 만에 성사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 결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요약된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13개 이사국 전부가 찬성표를 던져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하지만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더라도 중러의 비호 탓에 안보리는 물론, 한국도 할 수 있는 대응이 없다는 게 한계다. 자칫 실익 없이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만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는 27일 “신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15개 이사국 중 13개 이사국의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표결은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부결된 최초 사례다. 안보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북한의 원유ㆍ정제유 수입 상한선을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새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결의안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중러의 거부로 무산됐다. 외교부는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중러의 반대는 예고된 수순이었지만, 표결 결과의 의미는 작지 않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을 싸고도는 두 나라의 ‘몽니’를 부각하는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중러는 2017년 12월 22일 마지막 대북 결의 표결(2397호 채택)까지 한 번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최근 부쩍 갈등이 심해진 미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심지어 북한의 핵실험ㆍICBM 발사 재개 시 추가 조치를 명시한 ‘유류 트리거(방아쇠) 조항’에 동의해 놓고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 다만 이번 표결에서 압도적 찬성이 나온 만큼 핵실험 등 향후 북한의 도발을 재차 비호하는 데 다소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러 옥죄기’의 효용성이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두 나라가 꿈쩍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이번 회의에서도 “문제 해결에 도움은커녕 긴장만 고조시킬 것”이라며 추가 대북 제재를 거세게 비난했다. 중러는 맘을 바꿀 생각이 없는데, 계속 압박하면 안보리의 무기력함만 반복적으로 드러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셈이다.
한미도 이런 한계를 인식해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올 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재개됐을 때부터 미국과 주요 우방들의 일치된 대응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가상화폐 탈취 등 신종 수법을 동원해 안보리 제재망을 회피하는 북한의 범죄 활동을 틀어막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내달 3일 한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도 고강도 무력시위 대응에 더해 대북 포위망도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역시 가용한 대북 압박 수단을 거의 소진한 터라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특히 한국의 선택이 어렵다. 효과도 보장할 수 없는 마당에 자체 대북 압박에 나섰다가 대화의 문만 완전히 닫힐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오랜 시간 냉각된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독자 제재를 비롯한 개별 대응은 ‘더 이상 북한과 외교는 없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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