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다 기초의원 뽑는 남양주 '사' 선거구
무소속·군소정당 진입장벽 낮추려는 목적
실제론 양당이 7명 내보내 제도 취지 무색
“여기서 5명이나 뽑아요? 몰랐어요.”
27일 경기 남양주시 금곡동에서 만난 김모(30)씨는 자신이 사는 기초의원 '사' 선거구(와부·진건·퇴계원읍, 조안면, 금곡동)의 특징을 듣더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은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기초의원 5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 시범지구다.
중·대선거구제는 선거구 범위를 넓히는 대신 한 선거구에서 많은 인원을 뽑아, 무소속이나 군소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주는 의미가 있다. 이런 취지를 들은 김씨는 “좋은 것 같은데, 잘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남양주 시민들은 대체로 5인 선거구에 공감을 표했다. 와부읍에 사는 최모(35)씨는 “거대 양당이 기초의원을 나눠 갖지 못하도록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간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27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남양주 '사' 선거구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각각 4명과 3명, 우리공화당 1명, 무소속 2명 등 총 10명이 입후보했다. 유권자들이 양대 정당 후보에게만 몰표를 주지 않는다면,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소선거구제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이 선거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성찬 후보는 “기존처럼 두세 명을 뽑았다면 무소속 후보의 당선은 거의 불가능했으나, 중·대선거구가 되면서 무소속 후보들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거대 양당이 많은 후보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는 중·대선거구제 취지를 오롯이 살리기 어렵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임대업을 하는 정모(53)씨는 “5명을 뽑는 선거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무려 7명을 내보냈다"며 "만약에 5명을 양당에서 다 가져가면 5인 선거구의 취지는 무색해진다”고 꼬집었다.
소수 정당들도 거대 양당이 지나치게 많은 후보를 낼 수 있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홍성균 진보당 경기도당 대변인은 “특정 정당이 당선자를 다 가져가면 무늬만 중·대선거구로 전락하게 된다"며 “기초의회에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대선거구제 자체가 많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이번에 시범 실시되는 중·대선거구제는 전국적으로 30곳. 앞서 지난달 여야는 “정치 신예나 다양한 정당이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겠다”며 기초의원 중·대선거구 정수 기준을 기존 ‘2~4인’에서 ‘3~5인’으로 늘려 법을 개정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군소정당이 후보를 낼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였다. 정의당도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갑작스럽게 5인 선거구가 만들어지는 바람에 여기선 후보를 내지 못했다.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은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80일 전인 지난해 12월 1일까지 마무리하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선거를 35일 앞둔 지난달 27일 확정됐다.
최창열 용인대 교수는 “중·대선거구의 취지와 달리, 거대 양당이 많은 후보를 내는 건 결국 나눠 먹겠다는 얘기”라며 “제도 취지에 맞게 특정 정당 후보 수를 제한하고, 군소정당도 충분히 준비할수 있도록 미리 선거구 획정을 마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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