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건강 칼럼]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알레르기는 해롭지 않은 외부 물질을 우리 몸이 매우 위험한 물질로 착각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예를 들어 꽃가루는 주로 환절기에 공기 중에 떠다니는데 일반적으로 몸에 잠시 들어와도 해롭지 않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면역 체계는 꽃가루를 기생충이나 세균처럼 해롭고 위험한 물질로 여겨 비상 상태에 돌입한다.
따라서 과잉 방어를 하면서 꽃가루를 공격하고 염증을 일으켜 코 안이 빨갛게 붓고, 콧물이 흐르고, 자극돼 재채기가 나온다. 이러한 면역 체계의 과잉 방어를 알레르기라고 한다. 눈에서 발생하면 결막염이, 폐 속 기관지에서 발생하면 천식이 된다.
유독 봄에 알레르기가 더 심해지는데 알레르기 비염이 대표적이다. 봄에는 나무에서 날리는 꽃가루가 매우 많아 노출이 늘어난다. 특히 봄철 자작나무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강하게 일으킨다.
집먼지진드기도 봄에 번식하면서 개체 수가 많아져 알레르기 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비염은 코에 가까운 눈 안쪽 모서리에 가려움증을 유발해 환자를 더 괴롭힌다.
천식도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생길 때가 많고 특히 환절기에 기온 차가 크면 감기에도 잘 걸려 설상가상으로 비염과 천식이 모두 악화되기도 한다.
코 막힘, 콧물, 눈 가려움, 재채기 등 알레르기 증상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우선 수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코골이도 심해지고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다.
잠을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에 만성피로가 생긴다. 실제로 뇌파를 살펴보면 비염 환자가 숙면에서 깨어 미세 각성 상태가 될 때가 10배나 높다. 비염이 지속되면 축농증으로 악화할 수 있고 축농증은 만성 기침을 유발할 수 있다.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먼저 비강 혈관 수축제는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데, 코를 일시적으로 뻥 뚫어주지만 5일 이상 계속 쓰면 좋지 않다. 부작용이 많아 코 막힘이 아주 심할 때만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대신 병원에서 처방하는 코에 뿌리는 ‘비강 분무 스테로이드제’를 추천한다.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지만 1주일 이상 꾸준히 사용하면 다른 약보다 효과가 좋다. 먹는 스테로이드제와 달리 오래 사용해도 안전하고 모든 비염 증상과 눈 가려움증에도 효과가 좋다.
두 살짜리 아기한테도 안전하고 30년 이상 매일 써도 코에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에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의 안전성을 믿고 꾸준히 사용하면 숙면도 취하고 만성피로도 개선할 수 있다.
생활 습관으로 꽃가루를 완전히 피할 순 없다. 그래도 차를 운전할 때는 창문은 항상 열어두지 말고 짧게 환기하는 게 좋다. 또한 외출 후 몸을 잘 씻고 옷은 자주 털거나 빨고, 좋은 ‘헤파 필터’가 장착된 진공청소기로 청소도 자주 하는 것도 집안에 있는 꽃가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제를 꾸준히 사용하는 게 예방ㆍ치료에 가장 좋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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