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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장고 보관 조선 병풍 '곽분양행락도' 모국서 새 얼굴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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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장고 보관 조선 병풍 '곽분양행락도' 모국서 새 얼굴 찾다

입력
2022.05.30 17:03
수정
2022.05.30 20:5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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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소재문화재재단 보존처리 지원
10개월간 작업 거쳐 언론 첫 공개
시카고미술관서 7월부터 전시

3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보존처리를 마친 미국 시카고미술관 소장품 '곽분양행락도'가 공개됐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보존처리를 마친 미국 시카고미술관 소장품 '곽분양행락도'가 공개됐다. 연합뉴스

80년 이상 미국 시카고미술관 수장고에 묻혀 있던 조선 후기 병풍 '곽분양행락도'가 세월의 더께를 털고 새 얼굴을 얻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보존처리 지원 사업을 통해서다.

30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국외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 사업'으로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간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보존처리 작업을 거친 미국 시카고미술관 소장 '곽분양행락도'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곽분양행락도'는 안녹산의 난을 평정해 '분양왕' 칭호를 얻은 당나라 장수 곽자의(697~781)의 80세 축하연회를 담은 8폭 병풍이다. 무병장수와 부귀영화, 자손 번창의 상징인 '곽분양 팔자'를 기원하며 조선 후기 크게 유행했다. 2019년 현재 해외 소장 11점을 포함, 전 세계에 총 47점이 전해진다.


말끔한 얼굴을 되찾은 '곽분양행락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말끔한 얼굴을 되찾은 '곽분양행락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복원된 '곽분양행락도'는 미국인 변호사 윌리엄 캘훈(1848~1916)이 중국 특사로 근무 중 수집한 것으로 1940년 유족이 시카고미술관에 기증했다. 80여 년 빛을 못 보다가 모국에서 되살아난 이 작품은 현존 '곽분양행락도' 중에서도 필치가 고르고, 색채가 잘 남아 있는 편에 속한다. 보존처리를 주도한 박지선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 총괄자문(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은 "보존처리를 통해 필치와 색상이 더 선명하게 살아나 작품의 훌륭함이 잘 드러나게 됐다"며 "조선시대 병풍 연구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먼지 앉고 색이 바랜 화면은 클리닝을 거쳤고, 벌레 먹은 부분은 수작업으로 꼼꼼히 메워졌다. 병풍 옆면의 금속 장식인 장석도 당시 아연, 구리 등 함량 비율대로 다시 만들어 붙였다. 그림 뒤에 5, 6겹으로 덧댄 배접지를 뜯어내고 보존성이 좋은 종이로 보강하는 과정에선 작품의 제작 시기가 밝혀졌다. 당시 남성의 군역을 조사한 호구 단자 등 배접지로 쓰인 문서('증산현갑자식남정안', '정묘사월군색소식')를 통해 1867년 이후 그려진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가 '곽분양행락도'의 보존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가 '곽분양행락도'의 보존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는 당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틀림없는 조선의 그림이다. 박 교수는 "연회 장면뿐 아니라 화풍이나 구도가 조선 왕실의 장식회화와 흡사하다"고 했다. 곽자의를 부각하는 대신 여성은 작게 그려 넣은 중국의 것과 달리 화폭의 절반 가까이를 여성을 그리는 데 할애한 것도 크게 다른 점이다. 모유를 수유하거나 수를 놓고, 거울 보며 단장하고 있는 등 여성들의 다양한 생활상이 생생히 묘사돼 있다. 금관과 복식, 건물 장식 등에 남겨진 섬세한 금칠도 돋보인다. "최상류층이나 왕실에서 사용됐다고 해도 좋을 만큼 격식과 수준을 갖춘 작품"이라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이 작품은 2013년부터 재단의 지원 사업으로 보존처리된 105번째 문화재다. 특히 서화는 때를 놓치면 제 얼굴을 되찾기 어려운데 해외 소재 문화재의 경우 중국, 일본에 밀려 보존처리에서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연수 시카고미술관 한국미술큐레이터는 "미국 내에도 회화 보존 전문 인력을 갖춘 중국, 일본과 달리 우리는 복원 시스템이 전무하다"며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현지가 아닌 국내로 들여와 보존처리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재단의 보존처리 지원은 궁극적으론 전시 활용이 목적이다. 수장고에서 전시장으로 나감으로써 현지에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시카고미술관은 보존처리된 '곽분양행락도'를 중국 도자 2점, 일본 병풍 1점과 함께 7월 2일~9월 25일 '친구와 가족 사이(Among friends and family)' 기획전에서 선보인다. 촉박한 현지 전시 일정상 국내 공개는 이뤄지지 않는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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