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오리지널리티의 조건을 이렇게 정의했다. 첫째, 다른 사람과는 명백하게 다른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둘째, 그 스타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그 스타일이 시간이 가면서 일반적인 기준이 되거나 다음 세대의 레퍼런스가 되어야 한다. 창작자만 아니라 다른 직업에도 통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어느 영역이든 선배 세대가 만들어 둔 관습과 규칙이 있지만 여기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 열어 보일 수 있는 장면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이들에게서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진다.
최근 6월 1일 지방선거에 도전한 2030 후보들을 인터뷰할 시간이 있었다. 젊은 후보를 정치라는 경기장에 뛰어든 새로운 신인 선수로 조명해 보려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어떤 플레이를 펼치고 싶은가?' 사전 질문도 없이 즉석에서 건넨 물음에 대한 답은 생생했고 누구의 말도 따라 하지 않은 자신만의 것이었다.
후보 A는 자신의 플레이를 '설명서를 따르지 않는 플레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설명서를 보지 않고 레고 블록을 조립했을 때 더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에 정치에서도 그 가능성을 믿었다고 했다. 구의원 선거에 도전했다 출마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무엇이든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정치에는 설명서가 있더라'고 하면서도 설명서를 숙지해서 더 나은 것을 만들고 싶다는 고민을 여전히 하고 있다.
시장 선거에서 레이스를 펼쳤던 후보 B는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플레이'를 제시했다. IT 기업에서 일했고 캐주얼을 즐겨 입고 수평적 조직 문화에 익숙한 그는 선거 과정에서 옷을 입고 일을 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은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리더는 보스가 아니라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선거 팀을 꾸렸다. 그의 팀에는 젊은 여성인 선거대책위원장이 있었고 선거운동 영상에는 코리빙 하우스에 함께 사는 동료들이 춤을 추며 등장했다.
구의원 후보가 된 C는 '변화구를 잘 던지는 플레이'를 말했다. 이런 정치도 가능하다는 상상력을 제시하고 싶어서다. 일인 가구와 프리랜서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했던 그는 후원회를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동네 주민과 간호사로 구성했다.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돌봄을 주고받을 권리를 위해서 정치를 한다는 다짐을 담았다. 다른 지역에서 구의원에 도전하는 후보 D는 '어제 했던 대로 하지 않는 플레이'를 펼쳐서 선거 과정에서 겪은 구습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내일 열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는 2030 후보 729명이 출마한다. 총 7,561명의 후보 중 10%다.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도무지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면 '어떤 모습의 정치를 다음 세대의 레퍼런스로 남기고 싶은지'를 고민해 보면 어떨까. 내가 남겨 주고 싶은 정치는 자신의 정치가 어떻게 다른지 자신의 언어로 정의할 수 있는 사람, 누구를 위해서 정치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 설명서에 나오지 않는 방식이라도 매일 전에 없던 걸 내보이는 사람, 그래서 희망과 기대를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이들을 새로운 표준으로 만드는 데 동참하는 것이 유권자인 내가 플레이어로서 만들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가 만들 미래는 10년 전에 나온 사람이 또 나와서 잘 하겠다고 약속하고, 이제는 선거에 나오지 않겠다 선언한 사람이 다시금 믿어 달라 요청하는 모습은 아니었으면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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