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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교재가 된 멩겔레의 뼈

입력
2022.06.06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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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죽음의 천사' 멩겔레

'죽음의 천사'라 불린 요제프 멩겔레. 게티이미지

'죽음의 천사'라 불린 요제프 멩겔레. 게티이미지

나치 폴란드 절멸수용소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캠프 주임의무관 요제프 멩겔레(Josef Mengele, 1911~1979)는 수용소 악행으로 얻은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으로, 전후 집요한 도피 행각으로, 악질 범죄자를 영웅시하는 이들에게 신화적 존재로 통했다. 수용소 한 생존자의 말처럼, 그를 체포해 법정에 세우는 것은 저 병적으로 왜곡된 신화의 싹을 꺾는 것이기도 했다.

패전 직후 농장 마부 등으로 위장해 도피에 성공한 그는 가족과 나치 잔당 등의 도움으로 남미 브라질과 파라과이 등지에서 은신하다 1979년 숨졌다. 그 사실도 은신처를 제공했던 브라질의 한 부부가 멩겔레 유족에게 사망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보내면서 알려졌다. 편지를 입수한 독일 정보당국은 1985년 6월 6일, 이스라엘, 미국, 브라질 합동 법의학팀을 꾸려 '볼프강 게르하르트(Wolfgang Gerhard)'란 자의 무덤을 열었고, 유골 사이즈와 부상 흔적 등을 근거로 그가 멩겔레라 결론지었다. 뼈의 신원은 1995년 DNA 검사로 재확인됐다. 이후 그의 뼈는 브라질 상파울루 법의학연구소에 30년 넘게 보관됐다.

1985년 당시 합동법의학팀 일원으로 참여한 상파울루대 법의학부 학부장 다니엘 무뇨스(Dr. Daniel Romero Munoz)가 2016년 당국 승인을 얻어 멩겔레의 뼈를 과학수사기법 강의 교재로 채택했다. 전장에서 입은 왼쪽 골반뼈 골절 흔적, 아우슈비츠에서 모터사이클 사고로 입은 팔 부상 흔적, 만성 부비강염으로 생긴 두개골 광대뼈의 작은 구멍 등…

물론 그 법의학자의 진짜 의도는, 의과학자가 저지를 수 있는 악마적 범죄의 가능성, 지난 역사의 참담한 한 단면을 예비 의학자들에게 가르치려는 것이었을 테다.

한편, 뉴욕 존제이칼리지 범죄심리학자인 로버트 제이 리프턴(Robert Jay Lifton)은 멩겔레의 삶과 행적을 기록과 관련자 인터뷰 등을 통해 추적, 청년기의 멩겔레가 사디스트 성향의 인종주의자이긴 했어도, 전쟁과 수용소라는 환경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의 삶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한 칼럼에 썼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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