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촬영해 '김건희 팬클럽'에 제공한 것은 김 여사 본인이었던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대통령과 가족의 사진이 공식적이지 않은 경로를 통해 공개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다. 대통령과 가족의 동선과 일정은 중대한 통치 메시지이자 국가 안보와 직결된 보안 사항인 만큼, 사진 공개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 28일 대통령실 방문한 김 여사... 사진은 팬클럽이 공개
30일까지 김 여사 페이스북 팬클럽 '건희사랑'을 통해 공개된 윤 대통령 부부의 사진은 총 7장이다. 이 중 3장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지난 27일 6·1 지방선거 사전 투표를 마치고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해 찍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부부의 옷차림이 사전투표 때와 똑같다.
나머지 4장은 토요일인 28일 윤 대통령이 7대 종단 지도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마친 뒤 찍은 사진이다. 윤 대통령 부부와 반려견들이 집무실 내부와 청사 앞 잔디밭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담겼다.
대통령 부부의 사생활 사진이 온라인 팬클럽에 게시되자 △촬영자 △사진 유출자 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일단 '침묵'으로 대응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0일 "사진을 찍은 사람과 바깥으로 내보낸 사람이 대통령실 직원이 맞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 부부가) 개인적으로 주말을 보내는 시간을 담은 사진이라 촬영자를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논란 자체를 '대통령 부부의 사생활'로 규정한 것이다.
대통령실 "김 여사 휴대폰으로 부속실 직원이 찍어... 직접 전송"
논란이 계속되자 같은 관계자는 "사진은 김 여사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다"고 공개했다. "김 여사가 대통령실 부속실 직원에게 카메라를 주니까 찍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팬클럽에 사진을 보낸 주체에 대해선 "그것도 김 여사일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 가족의 사생활 사진은 대통령실에서 관리하진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비공식 조직인 팬클럽을 통해 공개된 것은 보안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대로 영부인 지원을 전담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했다. 그런 윤 대통령이 공조직 대신 '비선'이 움직인다는 오해를 자초한 것 자체가 모순적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사진 공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직 대통령실 업무를 정비하는 초기 단계라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여사는 친분이 있는 외부인에게 보낸 거라 보안상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대통령실 경내에서 찍은 사진을 활용할 땐 반드시 대변인실을 통해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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