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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벨라' 두팔 벌려 환영" 노르웨이 벨루가 보호소의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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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벨라' 두팔 벌려 환영" 노르웨이 벨루가 보호소의 구애

입력
2022.06.02 1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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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크로스비 원웨일 대표 이메일 인터뷰
'러시아 스파이' 벨루가 '발디미르' 위해 시작
노르웨이 고래 보호구역 올해 8월 개관 목표


레지나 크로스비(왼쪽) 원웨일 대표가 지난해 노르웨이 북동부 핀마르크주 항구도시 함메르페스트에서 벨루가 '발디미르'를 쓰다듬고 있다. 크로스비 대표는 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발디미르를 위한 노르웨이 고래 보호구역을 만든 다음 내년 발디미르를 다룬 영화를 제작해 개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레지나 크로스비 대표 제공

레지나 크로스비(왼쪽) 원웨일 대표가 지난해 노르웨이 북동부 핀마르크주 항구도시 함메르페스트에서 벨루가 '발디미르'를 쓰다듬고 있다. 크로스비 대표는 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발디미르를 위한 노르웨이 고래 보호구역을 만든 다음 내년 발디미르를 다룬 영화를 제작해 개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레지나 크로스비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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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족관에 남아 있는 고래류는 모두 22마리. 제주 돌고래 체험시설 퍼시픽 리솜(옛 퍼시픽랜드)이 문을 닫으면서 이곳에 머물던 돌고래 3마리의 거취를 놓고 논란이 큰 가운데 바다쉼터(돌고래 보호소) 조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바다쉼터는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해외의 한 생크추어리(보호소)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2년 넘게 홀로 살고 있는 한국 벨루가(흰고래) '벨라'를 환영한다고 나섰다. 노르웨이에 벨루가 보호구역를 짓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원웨일(OneWhale)이다.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원웨일을 이끄는 레지나 크로스비 원웨일 대표를 이메일로 최근 인터뷰했다.

"갈 곳 없는 벨라 소식에 공감... 도움 주고 싶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홀로 살고 있는 벨라가 유리창에 다가와 관람객을 쳐다보고 있다. 고은경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홀로 살고 있는 벨라가 유리창에 다가와 관람객을 쳐다보고 있다. 고은경 기자

크로스비 대표는 "롯데가 벨라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하면서 벨라는 새 삶의 기회를 얻게 됐다"며 "노르웨이 고래 보호구역(Norway Whale Reserve)은 벨라를 두 팔 벌려 환영한다"고 밝혔다.

크로스비 대표가 한국 고래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벨라를 알게 되면서다. 그는 "벨라는 벨루가 '발디미르'(Hvaldimir)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며 "발디미르를 위해 전 세계 생크추어리를 알아봤지만 갈 곳을 찾을 수 없었던 만큼 롯데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4월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 해안에서 발견 당시 몸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고 적힌 줄을 차고 있는 모습(왼쪽)과 지난해 해안에서 지내는 모습. 레지나 크로스비 대표 제공

2019년 4월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 해안에서 발견 당시 몸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고 적힌 줄을 차고 있는 모습(왼쪽)과 지난해 해안에서 지내는 모습. 레지나 크로스비 대표 제공

발디미르(10~12세 추정∙수컷)2019년 4월 노르웨이 북동부 핀마르크주 항구도시 함메르페스트 해안에서 발견돼 당시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몸에 감겨 있던 줄에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도시) 장비'라고 적혀 있었고, 양쪽엔 고프로(액션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서 훈련받은 '스파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줄이 풀렸지만 벨루가는 계속 주민들 곁을 떠나지 않았고 노르웨이어로 고래를 뜻하는 '발(Hval)'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을 따 발디미르로 불리고 있다.

'해피엔딩'일 줄 알았던 발디미르에 문제가 생겼다. 사람을 좋아해 선박과 관광객을 쫓아다니는 행동은 발디미르의 안전에 위협이 됐고, 인근 연어 양식장에 손실을 입히면서 주민들로부터도 '밉상' 캐릭터가 될 위기였다. 이에 크로스비 대표는 고래 연구원, 과학자, 고래 수의사로 구성된 전문가 팀을 꾸리고 발디미르를 위한 고래 보호구역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고래류 위한 영구적이고 신뢰할 만한 보호구역 만들 것"

노르웨이 고래 보호구역은 올해 8월부터 어려움에 처한 외부 고래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 고래 보호구역 조감도. 레지나 크로스비 대표 제공

노르웨이 고래 보호구역은 올해 8월부터 어려움에 처한 외부 고래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 고래 보호구역 조감도. 레지나 크로스비 대표 제공

발디미르는 2019년 6월 세계 처음으로 지어진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에 있는 벨루가 생크추어리에 보내는 것도 거론됐다. 2023년에는 캐나다 남동부 노바스코샤주 포트 힐포드만에는 벨루가·범고래 생크추어리가 생긴다. 그럼에도 크로스비 대표가 보호구역을 만들게 된 이유는 뭘까.

그는 "아이슬란드 생크추어리는 발디미르를 위한 공간이 없다고 했고, 캐나다 생크추어리는 2년 전 접촉 당시 5년 이후에나 개관할 수 있다고 밝혔다"며 "발디미르를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디미르를 위해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며 "노르웨이 정부와 고래류를 위한 영구적이고 신뢰할 만한 보호구역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덧붙였다.

2019년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 해안에서 관광객들이 벨루가 '발디미르'를 지켜보는 모습. 레지나 크로스비 대표 제공

2019년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 해안에서 관광객들이 벨루가 '발디미르'를 지켜보는 모습. 레지나 크로스비 대표 제공

노르웨이 고래 보호구역은 함메르페스트 피요르드 해안(빙하로 인해 침식된 해안 지형)을 해저그물로 봉쇄하는 방식으로 지어진다. 지난해 착공에 들어가 올해 가을부터 외부 고래를 받겠다는 목표다. 보호구역에는 수상 직원 시설, 고래 의료 시설을 포함 고래류의 치료나 격리가 필요한 경우 이용할 수 있는 분리 공간을 마련한다. 또 그물에 수중 감시카메라를 부착해 문제 발생 시 직원들이 24시간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보호구역 건립에 드는 비용노르웨이 정부 지원과 시민 펀딩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크로스비 대표는 "함메르페스트 지방정부는 발디미르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어려움에 처한 다른 고래류를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래류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

노르웨이 고래 보호구역이 지어지는 함메르부르크 피요로드 전경. 레지나 크로스비 대표 제공

노르웨이 고래 보호구역이 지어지는 함메르부르크 피요로드 전경. 레지나 크로스비 대표 제공

훈련된 발디미르를 그냥 바다로 보낼 수는 없을까. 크로스비 대표는 "발디미르는 연어 양식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민들의 작업을 방해하고, 그물망과 장비를 손상시켰다"며 "이 과정에서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디미르가 선박을 쫓으면서 프로펠러에 다치고, 관광객들로부터도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로스비 대표의 최종 목표는 발디미르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 목표이며, 이를 위해선 많은 조건이 따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처음엔 발디미르가 야생 벨루가 무리에 합류하는 게 유일한 목표였지만 세계적 돌고래 보호활동가인 릭 오베리를 만난 후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사람과 발디미르의 관계가 지속되는 이상 야생 방류는 어렵다는 얘기다.

원웨일 관계자들이 발디미르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모습. 원웨일 홈페이지 캡처

원웨일 관계자들이 발디미르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모습. 원웨일 홈페이지 캡처

크로스비 대표는 "(야생 방류는) 하루아침에 진행할 수 없는 일임을 알고 있다"며 "발디미르를 포함해 어려움에 처한 고래류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호구역을 만들고 돕는 게 우리의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아쿠아리움은 올해 안으로 벨라를 해외 야생적응장으로 보낸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롯데아쿠아리움 측은 한국일보에 "야생적응장으로 보내기 위해 벨라의 건강 상태와 적응력 평가를 마쳤다"며 "방류자문회의와 국내외 야생적응장 후보지들의 평가를 진행했다. 건강한 상태로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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