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전쟁 방향이 러시아의 미래를 결정한다.”
마이클 키미지 미국 가톨릭대 역사학 교수
우크라이나를 호기롭게 공격했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 수도 키이우를 조기 함락시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정부를 제거하면 서방에 더 이상 러시아를 위협하지 말라는 신호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키이우는 진작 포기했고, 동부 돈바스에서도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의 ‘결단 100일'은 무모해보이는 게 현실. 국제사회는 푸틴 대통령의 미래와 전쟁의 향방을 등치시키고 있다.
서방이 주의 깊게 보는 시나리오는 그의 몰락 가능성이다. 우선 내부 축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속전속결의 실패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그에 대한 내부 불만이 조만간 폭발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허먼 퍼치너 미국 외교정책위원회(AFPC) 의장은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에 “푸틴 대통령을 제거하기를 원하는 러시아 엘리트 집단이 모이기 시작한 조짐이 있다”며 “푸틴이 없는 러시아를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시기상조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잇따라 제기되는 와병설도 푸틴 대통령이 권좌에서 ‘곧’ 물러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시나리오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3월 “푸틴 대통령이 손을 떠는 모습이나 숨을 헐떡이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며 와병설에 불씨를 던졌다. 지난달 들어서는 그가 혈액암을 앓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3년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쿠데타든 와병이든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이끌 수 없는 상황이 머지않았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되레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엘리트들이 자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며 “푸틴이 앓고 있는 병 중 하나로 조만간 사망한다는 것도 서방의 오해”라고 일갈했다.
현재로선 푸틴 대통령이 더욱 위협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번 침공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시도가 계기였으나, 정작 푸틴 대통령은 지난 30년간 나토의 동진으로 인한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기감을 서방, 특히 미국이 무시해왔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발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결됐으나, 서방은 되레 무기지원으로 푸틴 대통령의 위기감을 확신으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린폴리시는 “결국 우크라이나는 볼모나 인질”이라며 “미국이 러시아의 위기감을 인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전까지 푸틴 대통령은 위협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화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내놓더라도 서방을 향한 위협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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