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 묻자 "아닙니다"
변호인 "증거기록 복사 두 번 거절 당해" 주장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길 원하나요.(재판부)"
"아닙니다.(이은해·조현수)"
'계곡 살인' 사건 피고인 이은해(31)·조현수(30)에 대한 첫 재판이 3일 열렸다. 구속 기소된지 한 달 만이다. 당초 재판은 지난달 27일 예정됐지만 이씨 등이 사선변호인 선임을 이유로 기일 변경을 신청하면서 미뤄졌다.
이날 이씨와 조씨는 각각 옥색과 짙은 녹색 수의를 입고 흰색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채 인천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씨는 긴 머리를 묶고 안경도 썼다.
이들은 이날 재판에서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형사15부·부장 이규훈)가 국민참여재판(배심원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의견을 내는 제도)으로 진행해도 되는지 의사를 묻자 "아닙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들에겐 살인, 살인 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이씨와 조씨 변호인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에 대해 "지난달 24일과 30일 검찰에 증거 기록 복사 신청을 했으나 거절 당했다"면서 "다음 재판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씨와 조씨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검찰은 이씨가 남편 윤씨를 장기간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하며 경제적 착취를 지속하다가 이용 가치가 사라지자 조씨와 함께 생명보험금을 노리고 직접 살해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 기소된 이씨 등은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기초 장비 없이 4m 높이 바위에서 계곡으로 다이빙하도록 강요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당시 이씨는 "다른 (동행한 다른 남자) 애들 다 뛰는데, 오빠는 안 뛰어?"라고 다이빙을 강요하고, 수영을 못하는 윤씨가 망설이자 구명조끼를 손에 들고 "내가 뛸게"라고 재촉했다. 수영을 잘해 평소 물개라는 별명으로 불린 조씨는 "형 뭐해요"라며 먼저 뛰어내리고 윤씨가 물에 빠지면 구해줄 것처럼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이 이씨와 조씨의 살인 범행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유족인 윤씨 누나는 손수건을 손에 꼭 쥔 채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피 등을 먹이거나, 3개월 뒤 경기 용인 낚시터에서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 미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 등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 원을 타기 위해 직접 살해한 것으로 판단해 살인죄를 적용했다. 물에 빠진 윤씨를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일부러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본 것이 아니라, 윤씨가 수영을 못하는 점을 이용해 보험금을 노려 직접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 14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도주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4월 16일 은신처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이들의 도피 생활을 도운 30대 남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또 다른 조력자 2명도 입건했다.
한편 이씨 남편 윤씨 양자로 입양된 이씨 딸에 대한 입양 무효 확인 소송은 수원가정법원에 배당된 상태다. 이 사건은 당초 인천가정법원 재판부에 배당했으나 양부모가 사망할 경우 마지막 주소지 소재 가정법원에서 사건을 담당하도록 명시한 가사소송법에 따라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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