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의원이 혁신위원장
공천 시스템 전반 손볼 듯
축배를 드는 대신 자세를 낮췄다. 6·1 지방선거 압승이란 성적표를 받았지만 국민의힘은 "오만하지 않고 무한책임을 지는 자세로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대신했다. 그 일환으로 선거에서 이겼는데도 당내에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선거 패배로 쇄신 모드에 들어갈 야당에 맞서 이슈 선점을 하고,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2년 뒤 총선을 지금부터 준비하는 의미도 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는 "국민이 여당에 몰아주신 강한 지지는 너무나도 감사하고 두려운 성적"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선거 결과는 우리가 잘해서 받은 성적표가 아니라, 앞으로 더 잘하라는 채찍질"이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약실천점검단을 꾸려서 이행사항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겠다"고 했다.
전날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차지하고, 기초단체장에서는 226곳 가운데 145곳을 확보하는 등 지방권력 판도를 재편했다. 같은 날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은 7개 지역구 가운데 기존 더불어민주당 의석 1개(강원 원주갑)를 포함한 5개 의석을 손에 쥐었다.
대선에 이어 2연승을 거둔 셈이지만 국민의힘은 축제 분위기를 삼갔다. 대신 당을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혁신위원회나 비상대책위원회는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응책 마련을 위해 꾸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에서 이긴 정당인 국민의힘이 이날 혁신위를 출범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혁신위 출범은 야당에 대응한 '이슈 선점' 성격이 강하다"며 "민주당이 선거 패배로 당을 정비하는 동안 개혁이라는 가치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지방선거를 치른 국민의힘의 남은 목표는 총선 승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권력을 교체하는 데 성공했지만,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여서 다수당으로 변신이 시급하다. 혁신위는 총선 준비의 첫걸음이자, 2년이나 남은 선거를 지금부터 대비함으로써 진정성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최소 두 달 이상 활동에 들어갈 혁신위의 위원장은 최재형 의원이 맡기로 했다. 이 대표는 "법조인 출신으로서 감사원장을 지내며 공명정대함으로 신뢰를 받았던 최 의원이 정당개혁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혁신위가 보여주기식이 아닌, 성과 중심의 기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특히 공천 시스템 전반을 손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 때만 되면 불거지는 '공천 파동'을 방지하기 위해 엄정한 기준으로 선거 후보자가 정해지는 '상향식 공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혁신위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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