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부동산 전문가가 자산관리도 전문가입니다. 복잡한 부동산 상식 쉽게 풀어 드립니다.
집값 급등과 대출 규제로 무너질 것 같았던 ‘주거 사다리’가 다시 놓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정부가 오는 8월께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집값의 80%까지 풀어준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집값 조정기와 맞물려 3분기가 내 집 마련 타이밍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는데, 반대편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나옵니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을 고민 중인 실수요자에게 정부의 주거안정 대책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과연 집을 사야 할 타이밍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①LTV 60~70%→80% 완화…5억 원 아파트 첫 구매 때 3억→4억 원
우선 생애 첫 주택 구매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늘어납니다. 규제지역에서 LTV는 투기과열지구 60%, 조정대상지역 70%였는데 3분기부터는 80%까지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5억 원짜리 아파트를 보금자리론을 이용해 처음 산다면 기존엔 60%를 적용받아 3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3분기엔 80%가 적용돼 4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지는 셈이죠.
물론 서울에서 5억 원 아파트가 어디 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품을 잘 팔면 서울 안에서도 저렴한 아파트를 곧잘 찾을 수 있습니다. 대신 입지나 노후도, 중소형 면적 등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합니다.
②DSR 산정 시 장래 예상 소득 반영...현재 소득 더 늘어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는 여전히 유지돼 소득이 적은 청년층은 LTV 우대 혜택을 받아도 대출액이 줄어듭니다. 연 소득 5,000만 원 직장인이 6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LTV 80%를 적용받으면 최대 대출 가능금액이 4억8,000만 원이지만 DSR 40%가 연 4%대 금리로 적용(3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되면 약 3억5,00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정부는 DSR 산정 시 장래 소득을 반영해 청년층 대출액이 늘어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해당 연령에서 대출 만기 연령까지 평균 소득이 얼마나 증가하느냐를 따져 현재 소득으로 반영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③청년·신혼부부 대상 초장기 50년 모기지
50년 초장기 모기지 도입은 청년, 신혼부부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최장 만기는 지난해 7월 청년, 신혼부부에 한정해 40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집값 상승과 금리 인상 영향으로 이번에 50년 초장기 만기까지 등장했습니다.
50년 만기 모기지 도입으로 청년층의 내 집 마련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5억 원 대출 시 금리를 4.4%로 가정하면 40년 만기는 월 상환액이 222만 원이지만 50년 만기를 적용하면 206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다만 50년 만기로 빌리면 원금보다 이자가 더 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번 기회에 내 집 마련?
대출 확대로 실수요자에게는 ‘주거 사다리’가 생겼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부동산 시장 상황도 서울 외곽 지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거품이 빠지는 추세입니다. 원룸 생활을 벗어나 살고 싶은 청년이나, 전월세 생활에 지친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게 어쩌면 내 집 마련에 적기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과 무섭게 오르는 금리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매수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문가들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 ‘패닉바잉(공황매수)’이 거세게 일었던 지난 2년처럼 주택구매 열풍은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시장 전반적으로 금리가 계속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거래량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LTV 완화를 해도 규제지역은 대상 주택(9억 원)과 한도 기준(4억 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택을 살 수 있는 실수요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매수는 ‘필요’에 의해서…매수 후엔 긍정적인 생각만
지금은 분명 내 집 마련이 겁나는 시기입니다. 집을 샀다가 향후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매달 꼬박 내야 하는 대출 이자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집 사기가 망설여질 때 이거 딱 하나 ‘정말 내 집이 필요한가’만 고려해 보기를 권해드립니다. 편안한 안식처, 보금자리가 정말 절실하다면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집이 주는 안정감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죠. 서울 오피스텔에서 전세로 살다가 인천 아파트로 첫 집을 마련한 A씨는 “일단 내 집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마음이 편해진다”며 “집이 넓으니까 뻥 뚫리고 삶의 질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집을 샀다면 그 이후도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면 어쩌지 등의 걱정은 접어두고 긍정 회로만 돌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내 집 하나는 당연히 있어야지’, ‘어차피 내가 계속 살 건데 좀 떨어지면 어때’, ‘결국 집값은 우상향한다’ 등 긍정적인 생각만 스스로 주입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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