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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분간 탄도미사일 8발 날린 김정은... 짙어지는 '7차 핵실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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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분간 탄도미사일 8발 날린 김정은... 짙어지는 '7차 핵실험' 전조

입력
2022.06.06 00: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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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곳서 미사일 8발... 13년 만에 '무더기' 발사
한미 훈련 종료 하루 만... "한미 '맞대응' 차원"

북한이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KN-24를 포함해 다양한 무기체계를 선보이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KN-24를 포함해 다양한 무기체계를 선보이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35분 동안 8발이나 쏘아 올렸다. 한날 비슷한 시간대에 한미가 ‘도발’로 규정한 탄도미사일을 무더기 발사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북한을 전방위로 옥죄는 한미 공조에 더해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연합훈련까지 실시하자 군사적 강경 대응 방침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다.

우려되는 건 호전적 의지만이 아니다. 북한의 무력시위 전략은 점점 예측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RBM 두 발을 함께 발사한, 신종 ‘섞어 쏘기’ 방식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엔 SRBM ‘물량공세’를 감행했다. 특히 2006년과 2009년 1ㆍ2차 핵실험 전후로 탄도미사일 7발을 한꺼번에 쐈던 전례와 유사해 ‘7차 핵실험’을 알리는 암울한 전조로도 읽힌다.

대통령실은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북한의 도발을 강력 규탄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연속발사는 정부 임기 초 안보태세에 대한 시험이자 도전”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출구’를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한반도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ICBM '섞어 쏘기' 다음은 SRBM '쏟아붓기'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전 9시 8분쯤부터 9시 43분까지 평양 순안과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8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110~670㎞, 고도는 약 25~90㎞로 탐지됐다. 네 곳의 다른 원점에서 두 발씩 미사일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군당국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KN-24, 초대형 방사포 KN-25와 4월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 유도무기 등 남측 타격에 특화된 무기체계가 대거 징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3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것도 각기 다른 장소에서, 여러 발의 미사일을 시차를 두고 발사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언제, 어디서든 남측을 초토화하겠다”는 도발 형태에는 한미의 미사일 방어능력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녹아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북한 미사일 도발. 그래픽=송정근 기자

새 정부 출범 후 북한 미사일 도발. 그래픽=송정근 기자

미사일 집단 발사는 표면적으론 북한의 자위력 강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미 핵투발 수단 다변화 계획을 천명한 만큼, 후속 조치 성격인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 열병식에서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임의의 전쟁 상황에서 각이한(다른) 작전의 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핵 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풀어 쓰면 핵탑재가 가능한 발사체(미사일)를 많이 개발하라는 최고지도자의 명령을 이행한 결과가 이날 도발이라는 것이다.

北, 한미 연합훈련에 극렬 '맞대응'

하지만 도발 시점을 보면 한미에 맞선 ‘초강경’ 대응 기색이 역력하다. 북한은 4일 한미의 연합 항모강습단 훈련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전격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미 핵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까지 투입돼 4년 7개월 만에 이뤄진, 대북 위협 강도가 가장 센 연합훈련이었다. 북한 붕괴를 겨냥한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연습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북한 입장에선 전략자산을 동원한 한미의 행보를 그냥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 업무를 수행하는 와중에도 군축과 동떨어진 탄도미사일로 맞불을 놓은 데서도 북한의 다급함이 느껴진다. 북한은 앞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추구하는 한 계속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국제사회 사무와 미사일 무력시위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에 의기투합한 한미에 대한 불만을 내비친 것”이라며 “북한은 앞으로도 한미의 군사적 움직임에 1대 1 맞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2차 핵실험 패턴 답습하나

북한이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2번 갱도 폭파 준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한이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2번 갱도 폭파 준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SRBM 무더기 발사가 ‘7차 핵실험’ 성사 확률을 더욱 높였다는 점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2006년 7월 함경북도 무수단리 등에서 대포동 2호를 포함한 탄도미사일 7발을 발사하고, 석 달 뒤인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또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진행한 두 달 뒤인 그 해 7월에도 북한은 노동미사일과 스커드급 미사일 7발을 쐈다. 이른바 핵실험을 ‘백업’하는 다량의 미사일 발사를 통해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가뜩이나 올해는 전부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려 심각성이 더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전쟁 발발 시 초기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핵미사일 전력을 갖추는 데 골몰하고 있다”며 “시점이 관건일 뿐 조만간 핵탄두 소형화 테스트에 필요한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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