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17> 쓰레기 박사도 헷갈리는 분리배출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간, 지역간, 나라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양파망은 종량제 봉투로 버려야 할까, 아니면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야 할까? 정답은 비닐로 분리배출이다. 양면 비닐 코팅된 종이 쌀 포대는 종량제 봉투일까, 아니면 폐지일까? 정답은 비닐이다. 양면 비닐 코팅 종이는 종이로 재활용이 어려워 쓰레기로 버려야 하지만, 포장재로 사용될 경우는 종이가 아닌 비닐 포장재로 본다. 반면 한 면만 비닐 코팅된 종이컵이나 아이스크림 용기 등은 폐지로 배출해도 된다. 양면이 비닐 코팅된 종이 용기 중 우유팩이나 두유팩 등은 비닐도 아니고 폐지도 아니고 종이팩으로 따로 분류된다.
아마 이런 정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다. 쓰레기 배출이 뭐가 이리 복잡한가? 이런 것 하나하나 다 외워야 하는 걸까? 쓰레기 기말고사라도 매년 봐야 하는 걸까? 쓰레기 박사라 불리는 나도 매번 헷갈리고, 어떤 것은 물어물어 조사를 해 봐야 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도 있고, 재활용 업체마다 정보가 제각각인 경우도 있다. 말만 쓰레기 박사지 쓰레기 미로에 빠지면 출구를 찾아 아등바등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쉬운 분리배출은 없다... 배워서 익히는 수밖에
분리배출 좀 쉽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편하게 머리를 비우고 분리배출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최소한 배워야 할 것은 배우고 신경 써야 할 것은 신경 써야 한다.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말아야 한다는 '비헹분섞'의 기본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배워야 한다. 차를 타면 안전벨트를 매고, 파란색 신호등에 길을 건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배야 한다. 어릴 적부터 환경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어릴 적 환경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머리가 굳어버린 어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먹고살기 바쁜 어른들 데려다 매번 교육할 수는 없고, 전단지 뿌려봐야 몇 개 품목에 대한 정보만 제공해 줄 뿐이다. 민방위 교육할 때 잠만 자게 하는 교육을 할 게 아니라 분리배출 교육을 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표시제도 품목 늘리고, 정보 검색 쉬워져야
좀 더 효율적 분리배출 정보제공 방법은 없을까? 제일 좋은 것은 표시제도다. 분리배출 표시가 된 것만 분리배출하면 된다고 짧고 굵게 교육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분리배출 표시 품목도 더 확대돼야 한다.
문제는 분리배출 표시를 할 수 없는 제품들이다. 이 경우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정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헷갈릴 때 품목 이름과 분리배출 단어를 치면 바로 정보 검색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이 있기는 한 데 앱을 다운받아야만 한다. 앱을 다운받지 않더라도 쉽게 정보 검색이 가능해야 한다. 서비스가 좀 더 좋아져서 품목을 검색하지 않더라도 카메라로 스캔했을 때 바로 정보가 뜬다면 얼마나 좋을까?
화성에도 우주선이 날아가고 인공지능이 소설책도 쓰는 시대에 우리는 아직 분리배출 정보를 찾아 허둥대고 있다. 분리배출 정보를 먼저 제대로 주고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라고 시민들을 다그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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