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 첫 해외 순방지로 아프리카 30년째
중국, 탄소중립 시대에 필요한 희소광물 선점 노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공급망 확보 맞불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월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에리트레아ㆍ케냐ㆍ코모로 등 아프리카 3국을 선택했다. 중국 외교부장이 매년 1월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전통은 1991년 시작해 30년째다. 하지만 중국은 탄소중립 시대에 접어들면서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에 필요한 희소 광물자원의 중요성이 커지자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배터리 원재료인 코발트 매장량의 75%가 콩고민주공화국에 있고 생산 점유율은 36%에 달한다"며 "중국은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 전 세계 희소광물의 생산부터 가공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독식하려 한다"고 전했다.
희소광물 화합물 생산에서도 중국이 세계 1위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주요 나라들은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등 첨단 미래 산업 관련 원재료와 부품 공급망의 독립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공급망 구축의 주도권을 다른 나라에 빼앗길 경우 관련 기술력에서 뒤처지는 건 물론 공급 대란이 일어날 경우 경제 안보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리튬 매장량의 60% 이상이 남미의 칠레 등에 몰려 있지만, 이를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 등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 화합물로 가공해 생산하는 글로벌 1위 국가는 중국이다. 리튬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오염 물질이 발생할 수 있고, 노동 집약적 생산 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국이 광물을 가공해 산업에 필요한 원재료(광물 화합물)를 만드는 최대 규모의 시장이 된 것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 꼭 필요한 광물 자원들이 몇몇 특정 국가에 묻혀 있고, 대부분 물량의 가공을 중국이 주도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전기차와 배터리 등 글로벌 업체들은 중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핵심 5대 광물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텅스텐의 공급망을 사실상 중국이 모두 장악했다"며 "배터리의 원재료 가격을 중국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전했다.
미국, 공급망 재검토 행정명령으로 자국 중심 추진
미국은 중국에 뺏긴 첨단산업 공급망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반도체와 배터리, 핵심 광물, 의료용품 등 주요 첨단 산업의 공급망을 재검토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반도체와 배터리, 희소 광물 등의 대(對)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자 이를 미국 역내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구축하자는 게 핵심이다.
당시 미 행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경제 위기를 강조하며 "국·내외 공급망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보니 미국 경제는 물론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미국은 ①뛰어난 대학·연구 시스템 ②중소기업 생태계 ③동맹·파트너들과의 협력 등을 바탕으로 핵심 산업의 생산 역량을 다시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배터리 원재료 가공의 다음 단계인 제조 부문에서도 글로벌 10대 기업 중 5개가 중국 기업이며, 이들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46.1%에 달한다. 이에 미국 에너지부(DOE)는 2월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 개발을 위해 29억1,0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일본,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충전기 표준 규격 선점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첨단산업 관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EU의 경우 2020년 3월 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유럽 신산업전략'을 발표했다. 로봇공학과 초소형 전자공학, 클라우드 등 첨단 산업 분야에 필요한 핵심 소재와 기술, 인프라의 해외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목표다. 특히 EU는 신산업 전략의 핵심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대륙으로 전환해 역내 산업 생태계를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일본은 최근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충전기 관련 기술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본의 전기차 충전기 표준을 담당하는 조직인 차데모협의회는 지난달 인도 자동차 업체들로 구성된 인도표준초안위원회와 협력해 전기차 충전기 보급에 나선다고 밝혔다. 두 나라가 공동 개발하는 충전기는 일본 규격을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에, 인도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로서는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업체는 충전 커넥터를 변경할 필요 없이 내수용으로 개발된 모델을 인도에 수출할 수 있다"며 "현대·기아차는 인도에서 충전 네트워크 보급에 불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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