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우크라행은 자기 정치" 직격
권성동도 "혁신위 발족은 성급" 비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가 지방선거 승리 이후 국민의힘 내홍의 불씨가 될 조짐이다. 아직 정식 출범도 하지 않은 혁신위를 두고 공개적으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이 대표도 추진 의사를 재차 내비치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혁신위가 2024년 총선 공천 관련 규정 등 당의 가장 민감한 내용을 다룰 예정인 만큼, 이를 두고 당내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내 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정 부의장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가 끝난 지 불과 일주일"이라며 "혁신, 개혁, 변화도 중요하지만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이 대표를 겨냥했다. 정 부의장은 "(이 대표가)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을 운운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묻는 이들이 많다"며 "개혁과 혁신은 진실한 자기 반성을 토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다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전날 안철수 의원이 "혁신이라는 건 선거제도나 공천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에둘러 비판한 데 이어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연달아 이 대표의 혁신위를 향해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정 부의장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서도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 직격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원내대표도 혁신위 출범에 대해 "성급했던 측면이 있다"고 거들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위의 구성을 어떤 인물로 할 것인지, 어떤 부분을 논의할지에 대해 먼저 정하고 발족하는 것이 맞았다"며 "당원과 의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광범위하게 거치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혁신위 출범을 논의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 때 최재형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정 부의장이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린 지 한 시간여 만에 "그래도 기차는 간다"고 반박하면서다. 혁신위 활동에 대한 반대가 있더라도 공천 개혁 등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비유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 대표는 혁신위를 통해 2024년 총선에 이른바 '시스템 공천'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가 최근 연이어 강수를 두는 것은 당내 주도권 다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성비위 의혹을 다룰 당 윤리위원회에 '공개회의'를 제안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기 사퇴는 없다'고 못 박았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5일 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를 만난 이 대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접견 등 일정을 소화한 뒤 9일 귀국한다. 이 대표는 10일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오찬 자리에서 방문 성과 등을 보고한 뒤, 12일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어 혁신위 활동 구상 등도 밝힌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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