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거론된 원로들 다수 고사 입장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한 더불어민주당을 8월 새 당대표 선출까지 이끌어줄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이 안갯속이다. 계파 갈등의 한복판에서 이를 수습해야 하는 데다 자칫 강경 지지층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혁신형 비대위'라는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계파 색깔이 옅은 현역 중진의원이 맡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당초 비대위원장은 경륜 있는 당의 원로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전당대회까지 빠듯한 일정 속에 선거 패배 평가와 안정적 전당대회 개최를 위해선 경륜과 중립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한 초선 의원은 "현역 정치인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자기 정치를 한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며 "현실 정치를 졸업한 원로들이 제격"이라고 했다.
문희상·원혜영 등 원로 다수가 고사
이에 따라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원혜영 전 의원,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거론돼 왔고, 최근 정계 은퇴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정세균,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유력한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다만 한국일보 확인 결과, 이들 대다수는 손을 내저었다.
문 전 의장은 "건강 문제로 맡을 수 없다"고 했다. 단, 비대위의 방향성에 대해선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당 쇄신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 전 의원도 "정계를 은퇴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떠한 당직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총리와 김 전 총리 측 인사들은 "현재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어 비대위원장을 맡을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16년 민주당을 탈당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거명하기도 한다. 박 전 원장은 이에 "나는 민주당을 떠난 지 6년이나 된 사람"이라고 비대위원장설을 일축했다.
복잡한 계파 갈등에 '독배'로 인식
원로들의 반응은 비대위원장직이 '독배'로 여겨질 만큼 민주당의 현재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한 다선 의원은 "비대위원장의 의사 결정 하나하나가 계파의 유불리에 따라 해석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부터 원망을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 쇄신 과제 중 하나인 팬덤정치와 거리두기를 시도하다 강경 지지층은 물론 이들의 눈치를 보는 강경파 의원들의 '좌표 찍기' 공격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의원을 신봉하는 이른바 '문파'와 '개딸(개혁의 딸)' 등에 의해 당 전체가 휘둘리면서 민심과 거리가 먼 선택을 반복해 왔다.
우상호, 박홍근 등 중진 뽑자는 견해도
구인난 조짐에 당내에서는 중진 의원 가운데 후보를 찾아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새 얼굴이나 당의 어른들을 모시기 어렵다면 안정적인 중진 의원을 세우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4선의 우상호 의원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그 역시 대선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반론이 나온다.
"누가 되든 뒷말이 나올 수 있으니 당대표 직무대행인 박홍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편이 논란을 줄일 수 있다"(4선 의원)는 견해도 있다. 다만 박 원내대표가 이를 고사하는 데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돼 반이재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간 강성 지지층의 비난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소신파' 이상민 의원(5선)과 김해영 전 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비대위 "청년·여성·원외 포함 9명 이내 구성"
한편 민주당은 이날 비대위를 9명 이내로 꾸리기로 결정했다. 선수(選數)별로 현역의원 4명(초선·재선·3선·4선 이상)과 청년·여성·원외 몫으로 각 1명씩 3명, 당연직으로 원내대표 1명과 위원장 1명으로 구성키로 했다. 비대위원 중 위원장을 뽑을지 아니면 위원장 몫의 별도 인선을 할지 등은 정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7일 오후 3시 의원총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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