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요미우리신문 공동 여론조사>
[전문가 평가]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대외정세 악화가 한일관계 개선 여론으로 나타나
"韓은 北과 '대화' 중시… 日은 北 '압박' 중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소폭 상승했다. 일본에 대한 신뢰도가 지난해 18.6%에서 올해 25%로, 한국에 대한 신뢰도도 지난해 28%에서 1년 만에 30%로 각각 올랐다.
이런 경향은 지난 아베 신조 내각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 이후 최악이던 신뢰도가 이후 조금씩 회복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2019년 23.1%에 달했던 일본에 대한 신뢰도는 2020년 14.1%로 뚝 떨어졌다가 지난해 18.6%로 소폭 회복했다.
양국 정권 교체가 한일관계 개선 기대감을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한일관계가 좋아질 것’이란 응답이 과반(52.9%)에 달해, 지난해(28.9%)보다 대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향후 한일관계가 좋아질 것’이란 전망도 14%에서 31%로 오른 점 또한 작년 10월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대한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일관계에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에는 대일관계에 한국인의 요구가 단순하지 않다. 특히 과거사 갈등 해소와 관련해 ‘한국이 양보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이 지난해보다 2.1%포인트 늘었다(79.4%→81.3%). 관계 개선을 기대하지만, 동시에 과거사 문제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의견을 동시에 표출한 셈이다. 상대와 협력하면서도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는 이른바 ‘중견국 멘탈리티’의 발현으로 해석된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접점은 양국 대외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외 국가 인식 면에서 러시아·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의 공조 필요성에 한국 응답자의 76.5%, 일본 응답자의 67%가 동의했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위협을 느낀다는 인식도 한국(64%)과 일본(76%) 모두 높았다. 러시아·중국·북한 문제에 양 국민의 위기감이 높고,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협력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다만 우리 국민은 북한과의 대화도 중요하게 여겼다.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포기를 위한 방법으로 ‘대화’를 중시하는 한국인의 응답은 지난해 42%에서 올해는 57.6%로 껑충 뛰었다. 이에 반해 일본에서는 ‘압박’ 중시가 47%에서 52%로 늘었다. 올해는 이 설문에서 ‘어느 쪽이라 말할 수 없다’는 선택지가 빠졌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편집자주
한국일보는 광복 50주년이었던 1995년 이후 6월 9일 창간 기념일에 맞춰 일본에서 최대 부수를 발행하는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과 함께 '한일 국민의식 공동 여론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한일 관계에 대한 양국 국민의 평가와 상대국에 대한 신뢰도·친밀도 평가, 중국·북한 등 주변국에 대한 인식 평가 문항을 매해 빠짐 없이 넣은 조사 결과는 그 자체로 역사적 데이터가 됐다.
올해 조사를 한국일보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한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2~24일 유무선 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사내 여론조사부를 통해 같은 달 20, 21일 일본인 1,000명을 상대로 같은 방식의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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