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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윤석열정부 출범으로 개선"... 기대 2배씩 커졌다 [여론조사]

입력
2022.06.09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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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요미우리 공동여론조사]
한일 관계 '최악'서 탈출
일본에 대한 신뢰도, 친밀감 상승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취임식이 열린 지난달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으로부터 기시다 총리의 취임 축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취임식이 열린 지난달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으로부터 기시다 총리의 취임 축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이 1년 사이에 약 2배씩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양국 국민의 한일 관계에 대한 평가와 상대국에 느끼는 신뢰도·친밀도 평가 점수도 1년 전보다 후해졌다. 다만 일본인보다는 한국인이 양국 관계를 더 낙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일보가 창간 68주년(이달 9일)을 맞아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지난달 한국과 일본 국민 1,000명씩을 대상으로 '2022 한일 공동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은 1995년 이후 같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일 관계 ‘좋아질 것’ 답한 한국인.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일 관계 ‘좋아질 것’ 답한 한국인.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일 관계 좋아질 것' 한일 모두 2배로 증가

윤석열 정부 출범에 따른 한일 관계 전망에 대해 한국인의 52.9%, 일본인의 31%가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한국인의 28.7%, 일본인의 14%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긍정 전망이 각각 약 2배 증가했다.

올해 조사에서 "한일관계가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한국인 6.2%, 일본인 3%였다. 지난해 조사(한국인 9.7%, 일본인 7%)보다 부정 전망도 나란히 감소한 것이다. "한일관계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꼽은 한국인은 지난해 57.5%에서 올해 35.1%로 줄었다. 일본인 사이에서도 같은 응답이 1년 사이에 73%에서 61%로 낮아졌다.

일본인은 한일 관계에 대해 한국인보다 상대적으로 더 회의적이긴 하지만, 관계 개선을 점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분명하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일 관계 개선을 공언한 것이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때는 일본 언론이 문재인 정부의 '반일 기조'를 우려하는 보도가 주를 이뤘다.

한일 관계 개선 전망.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일 관계 개선 전망. 그래픽=송정근 기자


양국 관계 인식도 바닥은 벗어나

한일 관계에 대한 양국 국민의 인식도 바닥을 치고 서서히 반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일 관계 평가를 묻는 질문에 "좋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17.6%(매우 좋다 0.1%, 좋은 편이다 17.5%)였고, 같은 평가를 내린 일본인은 17%(매우 좋다 2%, 좋은 편이다 15%)였다. 여전히 20%를 밑돌지만, 지난해보단 개선된 수치다.

특히 한국인 사이에서 한일 관계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해(6.2%)보다 약 3배 증가했고, 일본인 사이에서도 1년 만에 약 2%포인트 올랐다. 반면 "현재 한일 관계가 나쁘다"는 답변은 한국인 89.6%→78.4%, 일본인 81%→79%로 조금씩 줄어들었다.

이 같은 추세는 한일 관계가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2020년, 2021년의 한국일보·요미우리신문 조사 결과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2020년과 2021년 한일 관계를 긍정 평가한 한국인은 각각 6.1%와 6.2%에 그쳤다. 이는 공동여론조사를 시작한 후 최저치였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을 명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과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 등 2018년 이후 쌓인 악재가 누적돼 폭발한 결과였다.

지난해 10월 일본에선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출범하고, 지난달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것이 양국 사이의 '냉기'를 조금씩 '기대'로 바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강경파인 아베 신조 전 총리나 주변국 외교에 극도로 몸을 사린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달리,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민당 내 파벌 '고치카이' 출신이다.

일본에 대한 신뢰 한국인. 그래픽=송정근 기자

일본에 대한 신뢰 한국인.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신뢰도, 1995년 이래 최고치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신뢰도는 25%로, 지난해(14.1%)보다 상승했다. 이는 조사 첫해(45.8%)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인의 일본 신뢰도가 25%를 찍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국인이 일본에 느끼는 친밀도 역시 27.9%를 기록, 최근 8년 사이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엔 20.1%였다.

일본인의 한국인의 신뢰도(30%) 역시 2013년(31.6%) 조사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엔 28%였다.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일본인도 지난해(38%)보다 올해 4%포인트 늘었다. 한일 관계가 냉각으로 냉랭해졌던 양국 국민의 마음이 서서히 녹고 있는 조짐이 미약하게 확인된 것이다.

다만 올해 조사에서 "일본을 신뢰할 수 없다"는 한국인은 73.9%,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일본인은 67%에 달해 불신의 늪이 여전히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사 갈등 해소, 관계개선 위해 양보해야. 그래픽=송정근 기자

과거사 갈등 해소, 관계개선 위해 양보해야. 그래픽=송정근 기자


과거사 등 현안 양보에는 동의 안 해

과거사 문제가 그 늪을 더욱 깊게 만든다는 사실도 재확인됐다. 특히 한국인들이 과거사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과거사 갈등 해소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자국이 지금보다 양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81.3%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해(79.4%)보다 늘어난 수치다. 일본인 사이에선 같은 답변이 지난해(59%)와 올해(58%)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송 등 과거사 난제와 관련해 '피해자의 동의 구하기'와 '국민 공감대 형성'을 생략한 채 한일 관계 개선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편집자주

한국일보는 광복 50주년이었던 1995년 이후 6월 9일 창간 기념일에 맞춰 일본에서 최대 부수를 발행하는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과 함께 '한일 국민의식 공동 여론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한일 관계에 대한 양국 국민의 평가와 상대국에 대한 신뢰도·친밀도 평가, 중국·북한 등 주변국에 대한 인식 평가 문항을 매해 빠짐 없이 넣은 조사 결과는 그 자체로 역사적 데이터가 됐다.
올해 조사를 한국일보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한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2~24일 유무선 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사내 여론조사부를 통해 같은 달 20, 21일 일본인 1,000명을 상대로 같은 방식의 조사를 진행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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