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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가 뭐길래...화물연대 VS 화주협의회, 날선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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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가 뭐길래...화물연대 VS 화주협의회, 날선 대립각

입력
2022.06.08 12:00
수정
2022.06.0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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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10여 년 전 운임비 동결 및 마이너스"
화주협의회 "제도 시행 후 운임 30~40% 인상"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7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신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한 가운데 주변 도로에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7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신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한 가운데 주변 도로에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연말로 예정된 '안전운임제' 폐지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선 화물연대와 화주협의회 측의 마찰이 파업으로 이어지면서 양측의 대립각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과 함께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일단 화주협의회 측은 "안전운임제 자체가 강제적이다"라며 "일률적인 운임 산정 이나 강제보단 시장기능의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 제도 시행 이후 운임 상승폭이 큰 데다, 위험물에 따른 할증 등으로 물류비 부담이 가중된다는 주장에서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 시범 시행(2018년) 전까지 10년 동안 운임이 동결이거나 마이너스"였다면서 "물류비 인상은 최근 리스크 상황 때문이다"고 맞선 상태다.

8일 박연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정책실장과 이준봉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 사무국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안전운임제 시행 후 30~40% 운임 인상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이틀째인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마련된 중앙수송대책본부에서 관계자들이 비상수송대책 등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이틀째인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마련된 중앙수송대책본부에서 관계자들이 비상수송대책 등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도입 당시부터 안전운임제에 부정적이었던 화주협의회 측은 그동안 이 제도 도입 이후 나타난 부작용부터 지적하고 나섰다. 이날 방송에서 이 국장은 "품목별로 30~40% 운임이 인상된 걸로 조사됐다"며 "품목이나 업종에 따라선 중복할증이 붙는 경우 70% 이상 물류비가 급등해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해외 현지 생산을 검토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측의 반박도 이어졌다. 박 실장은 이에 대해 "2018년 안전운임 시행 전까지 10년 동안 한국교통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운임이 동결되거나 마이너스"라고 밝혔다. 이어 "(안전운임제 시행) 첫 해의 운임이 12% 정도 올랐다. 현실화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2년차, 3년차에는 2% 미만으로 올랐으나, 물가상승률이나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인상률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박 실장은 기업의 물류비 인상에 대해선 "물류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리스크가 최근에 많지 않았나"라며 "국제상황이라든가 특히 물류산업이 이런 리스크에 굉장히 취약한 산업인데, 한국의 화물운송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화물노동자들의 운임을 낮춰서 산업을 유지하는 이런 방식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안전운임제 효과 미비하다?

8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지지 노동, 사회, 종교단체 대정부 대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지지 노동, 사회, 종교단체 대정부 대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운임제 실시로 화물차 기사의 경우 근로시간이 줄고 실질수입이 늘어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화주협의회는 이 제도의 긍정 효과엔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이 국장은 "지난달 30일 저희 측 교통연구원, 화주·차주·운수사 대표가 모여서 안전운임제 성과평가토론회를 했는데, 교통사고 건의 경우 제도가 최초 시행된 2019년에는 오히려 증가하고, 2020년 들어선 다소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에 따르면, 2020년에 사고 감소 수치는 2.3% 정도 수준이어서 크게 유의성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국장은 "지난 4월에 한국교통정책학회가 차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화물차 운전자의 운전일수나 업무시간 측면에서는 시행 전이나 후에 큰 차이가 없었던 걸로 조사된 부분도 있다"며 안전운임제 효과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국토교통부의 연구용역을 기반으로 보면 사고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과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실제로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박 실장은 이어 "화주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연구 용역에서 데이터를 통해서 사고율이 줄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은 전체 42만 화물자동차 중에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2만6,000대만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실장은 또 "350만 대의 도로기록을 보면서 2만6,000대만 시행한 안전운임제가 효과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왜곡된 데이터를 가지고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틀리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운임 상정하는 '안전운임위원회' 구성 문제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오전 경기 의왕시 의왕ICD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오전 경기 의왕시 의왕ICD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이 국장은 운임을 상정하는 '안전운임위원회'의 구성에도 불만을 내비쳤다. 이 국장은 "현재 안전운임위원회는 화주 3명, 차주 3명, 운수사 3명, 공익위원 4명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중립적인 공익위원을 제외하면 운임을 지불하는 화주는 3명이다. 차주와 운수사 각 3명, 총 6명은 운임을 수령하는 입장이니까 대체로 이해관계가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또 "화주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아 저희가 보기에는 다소 공정하지 못한 구조라고 본다"며 "화주 입장이 좀 더 잘 반영될 수 있는 공정한 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실장은 이에 "저희 입장에선 화주나 운수사 단체가 저희를 고용하는 고용인이라서 (화주협의회 주장대로) 화물노동자와 운수사가 같은 편이라는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실장은 "위원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주장하기 전에 산업 전체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면, 산업 내에서 그동안 화주가 '갑'으로 군림하면서 운임을 마음대로 결정하고, 또 최저입찰계약이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실제로 많은 비용을 아래로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비용의 아래로의 전가과정 속에 구조의 가장 아래에 있는 화물노동자들이 피해를 많이 봤다"고 역설했다.

박 실장은 이와 함께 현재 화물연와 화주협의회 측이 양자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주요 화주협의회에 공문을 보냈다. 법 제도로 강제되지 않으면 화물연대와 이렇게 대화를 해주거나 교섭에 나서는 화주들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화주들은) 자신들이 사용자가 아니다, 책임자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안전운임제도는 화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이나 산업 내에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거의 유일한 '사회적 안전망'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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