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제 현안과 외교안보 이슈를 조명합니다. 옮겨 적기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 세계를 전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사이버 전쟁을 주도하는 곳은 국방부 이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디지털혁신부다. 책임자는 31세의 청년 장관인 미하일로 페도로프.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인 그는 3년 전 젤렌스키 정부에 합류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많은 디지털 성과가 그로부터 시작됐다. 부(部)보다는 팀으로 불리는 그의 동료들도 90% 이상이 정부 경험이 없는 IT(정보기술)업계 출신이다.
전쟁 발발 이틀 뒤인 2월 26일 그가 창설한 IT군대는 해킹집단 어나니머스를 비롯 국내외 해커들로 구성됐다. 정부 차원에서 사이버 부대를 구성해 전투에 투입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입대 채널을 자원한 사이버 전사의 숫자는 27만 명을 넘어섰다.
처음부터 이들이 훈련받은 사이버 전투원은 아니었다. 구글서치와 위키하우 등을 통해 전문적 해킹 방법 등을 습득한 뒤 수주간 훈련을 받고 나서 러시아의 사이버 방어망을 뚫는 전투에 투입되고 있다. 해당 러시아 사이트와 IP주소가 적힌 리스트가 텔레그램으로 통지되면 세계에 퍼져 있는 IT전사들은 거실에서, 침대에서 컴퓨터로 디도스(DDos) 공격을 감행하는 방식이다. 가짜 정보를 퍼뜨리는 러시아 사이트들을 차단하고 벨라루스 무기업체 자료를 빼낸 것도 이들의 성과였다.
페도로프의 디지털혁신부는 E-에너미(eVorog)로 알려진 텔레그렘 챗봇을 개발해 국민 누구나 주변 러시아군의 동태를 보고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지역에서 사진, 비디오로 촬영된 정보로 군은 러시아군의 움직임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작전에 활용하고 있다. 현재 30만 명 이상이 가입한 E-에너미로 하루 수만 건의 보고가 이뤄질 만큼 성공적이다. 수도 키이우를 놓고 격전을 벌일 당시 이렇게 취득한 정보는 러시아군을 패퇴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페도로프는 구글 애플 트위터를 비롯한 거대 IT기업들에게 러시아 지원중단을 요청해 러시아의 온라인 제재를 이끌어냈다. 일론 머스크에게 “당신이 화성을 식민지화하는 사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 한다”면서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지원을 끌어낸 것도 그였다.
디지털혁신부가 운영하는 전자정부 플랫폼(Diia)은 전시 정부의 새로운 디지털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푸틴 목성 보내기’ 제안을 비롯 수시 기부행사로 군을 돕고 있다. 개전 초기 정부의 전자지갑을 만들어 6,000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기부받았다. 이 플랫폼은 전투지역에서 대피하는 시민이 이를 통해 지불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의심스런 인물이 얼굴인식을 통해 침략자인지를 구분해내기도 한다. 사망한 러시아 군인의 얼굴사진을 부모들에게 보내 러시아의 전투의지를 흔들어 놓은 적도 있다.
누구보다 정보시대 전쟁을 가장 잘 이용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IT전문매체 와이어드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기술의 역할이 러시아의 군사력에 맞서도록 도움을 주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은 이미 우리 삶의 대부분이며, 우리는 더는 우편배달부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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