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세운 행정 수장 "9월 경 주민투표 실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州) 점령지인 멜리토폴을 자국 영토로 편입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멜리토폴은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 북쪽에 위치한 도시로, 개전 3일 만에 러시아군에 함락됐다.
8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갈리나 다닐첸코 멜리토폴 군민 합동정부 수장은 전날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대통령실 제1부실장이 방문한 사실을 알리는 영상에서 “주민투표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미래는 러시아와 연결돼 있고 러시아는 이곳에 영구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닐첸코는 과거 멜리토폴 시의원 지냈던 친러시아 성향 인사로, 3월 중순 러시아 측에 의해 새 행정 수반으로 임명됐다.
예브게니 발리츠키 자포리자주 군민 합동정부 수장도 8일 러시아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완전한 러시아 지역이 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빨리, 초가을 무렵(9월경)에 주민투표가 실시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향후 몇 개월 동안 주민투표 준비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반군이 세운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 점령지, 크림반도 등을 러시아가 편입할 때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사용해 온 수법이다.
러시아군 침공 초기 친러시아 반군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이반 페도로우 멜리토폴 시장은 “적들은 공공연하게 우리 도시와 다른 주 점령지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총구를 들이대도 투표할 사람들을 모을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멜리토폴을 포함한 자포리자주 일부와 헤르손주 전역을 통제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이미 루블화가 법정 화폐로 사용되고 있고, 학교 교육과 교통ㆍ통신 분야도 에도 러시아 시스템이 도입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러시아군 점령지 주민들의 러시아 국적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는 대통령령에도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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