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딸'에 문자폭탄 자제 요청..."민주주의 발전에 해가 돼"

"국민은 지지자들을 통해 정치인을 본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자신의 지지층에게 "국민은 지지자들을 통해 정치인을 본다"며 문자폭탄 같은 모욕적 언행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이 극성 팬덤 정치에 갇혀 당의 언로가 막히는 바람에 민심과 멀어졌다'는 외부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세상을 바꾸는 긍정(포지티브)의 힘'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제가 하고 싶은 정치는 반대와 투쟁을 넘어, 실력에 기반한 성과로 국민들께 인정받는 것"이라며 "그런데 사실에 기초한 토론과 비판을 넘어, '이재명 지지자'의 이름으로 모욕적 언사, 문자폭탄 같은 억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지자들의 폭력적 행태에 대해 "모멸감을 주고 의사표현을 억압하면 반감만 더 키운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극우 유튜버가 '이재명 지지' 티셔츠를 입고 난동 부린 일을 거론하며 "비호감 지지활동이 저는 물론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은커녕 해가 됨을 알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정치를 발전시키는 효과적 방법으로 "억압의 힘이 아니라 긍정의 힘"을 언급했다. 지지자들이 여의도 민주당사와 국회 앞에 응원 화환을 보내준 것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앞으로는 좋은 정치인들에게 후원을 더 해 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민주당 권리당원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고 민주당의 가치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는 것이 여러분의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는 더 효율적 방법"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두고 계파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친문재인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이 쏟아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책임론'을 꺼낸 친문계 홍영표 의원의 경우, 지역구 사무실에 "치매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날 지지자를 대신해 홍 의원에게 사과했던 친이재명계 김남국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대자보를 붙이셨던 지지자분께서 사과하러 직접 사무실을 찾으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큰 용기를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