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최고위원 따로 뽑는 現방식 대신
재선들 "득표순으로 대표·최고위원 배분"
이재명계 "합의 안 돼... 상시적 갈등 초래"
더불어민주당에서 8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차기 지도부를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로 꾸리자는 제안이 나왔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뽑을 경우 권한이 분산됨으로써 극심한 계파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력한 차기 당대표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의원 측에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갈등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9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재선의원 모임 직후 "당의 지도체제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가 좋겠다는 재선의원 다수의 의견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재선의원(48명) 중 절반가량인 20여 명이 참석했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우상호 의원도 의견을 들었다. 다만 친이재명계인 김병욱·김영진 의원 등은 불참했다.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할 경우,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구분하지 않은 채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자가 대표, 2~6위 후보가 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 이 경우 각 계파의 대표선수들이 지도부에 공존할 수 있어 계파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쉽다는 게 재선의원들의 주장이다. 강 의원은 "다양한 당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 적합한 게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현재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는 단일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계파색이 옅은 조응천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여당일 땐 강력한 대통령이 있고, 또 그만한 권한과 권위가 있지만, 야당일 땐 그게 약하다. 그래서 권한과 책임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원트랙(통합형)으로 갔다"며 집단지도체제를 띄운 바 있다.
단점도 분명하다. 현행 체재보다 대표의 권한이 분산돼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 있다. 이날 모임에선 "다양성을 반영하기보다 분란을 키운다"는 소수의 반대 견해가 나온 이유다.
문제는 집단지도체제 주장에 대해 친명계가 선뜻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이재명 의원이 당권을 쥘 경우를 상정, 단일지도체제하에 강력한 권한과 리더십을 행사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어서다. 집단지도체제로 바뀐다면 이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식물 대표'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이 의원을 견제하고 있는 친문계 등 반이재명계 측에선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통합형 집단지도체제 주장이 전당대회에 앞서 계파 간 룰 전쟁의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당장 강경파이자 이 의원과 가까운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룰을 바꾸려면 권리당원 직선제로 가야지, 집단지도체제는 아니다"라고 반대 뜻을 밝혔다.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집단지도체제에선) 지도부 내 갈등이 상시적으로 계속되는 경우가 많아서 소위 말해 '봉숭아학당'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은 "논의해볼 순 있겠지만 우리와 전혀 합의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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