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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범죄자’ 낙인 뒤, 고통 받고 소외된 얼굴이 있다

입력
2022.06.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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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감호의 눈물]
정신질환 범죄, 사회적 방치의 결과
고립과 가난 속 전쟁 같은 삶에 놓여
"치료 못 받는 환경, 개인·사회에 위험"

정신질환 범죄가 발생했을 때, 분노는 환자를 향한다. 그러나 그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방치된 과정을 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정신질환 범죄가 발생했을 때, 분노는 환자를 향한다. 그러나 그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방치된 과정을 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심신미약이 인정돼, 징역 ○년과 치료감호 처분이 내려졌다.”

범법 정신질환자의 재판 기사에 이러한 문구가 들어가면, 여지없이 ‘솜방망이 판결’을 내린 법원과 죄에 대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피고인에 대한 비난과 분노가 쏟아진다.

그러나 이들이 ‘범죄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건 오해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형을 받는 것도 아닌 데다, 국립법무병원(충남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형량의 몇 배의 기간 동안 구금되는 일이 부지기수인데도 이런 사정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는 이따금 발생하는 흉악범죄를 정신질환과 곧바로 연결 지어 자극적으로 부각하는 언론과 그로 인한 부정적 시선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차별과 낙인은 정신장애인들의 삶을 더욱 구석으로 몰고, 치료를 꺼리게 해 병을 악화시키며 이는 사회의 위험으로 돌아온다.

사회적 통념과 달리 조현병 등 정신장애인 범죄율은 높지 않다. 2020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범죄의 0.6%, 살인·강도·폭력 등 강력 범죄의 2.2%가 정신장애인에 의한 것이었다. 인구 대비 범죄율을 봐도 정신질환자 범죄율(0.136%)이 전체 범죄율(3.93%)보다 월등히 낮다(대검찰청 2017년 범죄분석). 다만 치료 방치 등으로 자·타해 위험성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을 때 공적 개입이 이뤄지지 못하면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잠재적 범죄자’라는 편견 뒤에는 소외받은 얼굴들이 존재한다. 정신장애인 중 생계급여 수급자 비율은 10명 중 6명에 달했고(2020년 기준), 정신장애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91.1명으로 전체 인구 자살률의 무려 7.2배다(2018년 기준). 그럼에도 보건당국에서 추정한 지역사회 거주 중증 정신질환자 43만여 명 중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같은 지역 정신보건기관에 등록된 인원은 8만여 명으로 19%에 불과하다(2016년 기준).

사회적 고립과 빈곤, 방치 끝에 정신장애인이 범행에 이르면 비로소 국가는 ‘치료감호’의 이름으로 개입하게 된다. 치료감호란 치료필요성과 재범위험성이 있는 심신장애인(정신장애·발달장애), 약물중독자, 정신성적 장애인(성도착 등) 범법자를 구금(감호)하며 정신과적 치료를 병행하는 제도다.

공주 치료감호소는 국내 유일의 치료감호 집행기관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1,016명의 피치료감호인(수용자) 중 92%(935명)가 심신장애인(1호)이었고, 약물중독자(2호)는 2.5%(25명), 정신성적 장애인(3호)은 5.5%(56명)였다.

구체적인 질환·장애별로는 조현병 575명(56.6%), 지적장애 84명(8.3%), 알코올·약물 중독 80명(7.9%), 조울증 79명(7.8%), 정신성적장애 54명(5.3%), 망상장애 53명(5.2%), 성격장애 10명(1.0%), 간질 10명(1.0%), 기타 71명(7.0%) 순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1·2·3호 처분은 법원이 법률에 따라 판단한 것인 반면, 병명별 분류는 의사 진단 결과 주 치료 대상으로 판단된 것"이라고 수치 차이를 설명했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이들 피치료감호자 중에서도 ‘1호 처분자’라고 불리는 심신장애인, 즉 조현병과 같은 정신장애인과 지적·자폐성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중점적으로 취재했다. 사회적 편견에 짓눌리면서도 친절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질병·장애로 인해 그 누구보다 고통 받으며 '전쟁'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치료감호소에서 5년간 일했던 차승민 정신과 전문의는 “정신질환자도 꾸준한 치료로 증상이 좋아지면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치료받지 못해서 중범죄가 일어난다는 건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환자 개인이 아니라 사회 안전 차원에서라도 국가가 정말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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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감호의 눈물

<1>프롤로그: 기자가 마주한 비극

<2>발달장애도 ‘치료’가 되나요

<3>치료받지 못하는 치료감호소

<4>최장 15년, 언제까지 가두나

<5>치료감호 수장이 전하는 현실

<6>출소 후 공백, 누가 채우나

<7>처음부터 방치하지 않기를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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