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 사업 투자했다가 지연돼 소송
시행사 상대로 승소했지만 돈 못 받아
업체 대표 상대로 소송 내 패소... 불만
상대 변호사는 출장...다른 변호사 숨져
7명이 숨진 대구 수성구 법무빌딩 화재 사건 용의자는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용의자가 앙심을 품은 변호사는 당시 출장을 간 터라 부재중이었다. 하지만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다른 변호사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대구지법 등에 따르면, 숨진 방화 용의자 A(53)씨는 대구 수성구 한 주상복합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의 시행사와 2013년 투자 약정을 체결하고 6억8,000여만 원을 넣었다. 하지만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자 A씨는 일부 돌려받은 돈을 뺀 나머지 투자금 5억3,000여만 원과 지연 손해금을 달라며 시행사(법인)와 대표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시행사(법인)만 A씨에게 투자금 및 지연 손해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시행사 대표 B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A씨가 항소했지만 기각되면서 해당 판결은 확정됐다. 그러나 시행사는 A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고, 이에 A씨는 지난해 대표인 B씨만을 상대로 약정금 반환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B씨 변호를 9일 불이 난 사무실에 소속된 C변호사가 맡았다.
A씨는 추가 소송에서 "선행 승소 판결이 있는데 B씨가 시행사를 완전히 지배하는 상황에서 법인격을 남용하고, 시행사도 끊임없이 채무면탈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씨는 "A씨와 채권·채무 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사건을 맡은 대구지법은 B씨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시행사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실질적 지배자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법인격 남용을 인정할 수도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은 지난해 말 시작됐고, 오는 16일 대구고법에서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었다.
A씨는 패소한 후 C변호사에게 앙심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여러 차례 전화로 항의하고 직접 찾아와 따지기도 했다.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는 9일 "용의자 A씨가 재판에서 B씨에게 패소한 후 항의 전화는 물론 사무실로 찾아와 수차례 행패를 부렸다"고 밝혔다.
A씨가 앙심을 품은 C변호사는 불이 날 당시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해 화를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C변호사와 함께 사무실을 공유해온 D변호사와, 사무장으로 일하던 D변호사의 사촌동생은 현장에서 숨졌다.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뒤편 5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7명이 숨졌다. 방화 용의자도 사망했다. 또 50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거나 열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망자 7명이 모두 한 사무실에서 발견된 데다 불이 나고 20분간 대피하지 못한 점에 비춰 A씨가 문을 걸어 잠그고 불을 질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용의자가 불을 낸 사무실은 출입문이 하나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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