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은 10일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대통령실에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대화 테이블에는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한 이 대표의 방문 소감, 여당 지도부의 윤 대통령에 대한 축하와 덕담이 올라왔다. 정작 경제위기 극복이나 화물연대 파업 등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 “이 대표가 특사로 갔으면 할 게 많은데"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오찬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외에 권성동 원내대표, 조수진·정미경·윤영석·김용태 최고위원, 성일종 정책위의장, 한기호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당 지도부를 만나 "오랜만에 친정 식구들 만나는 것 같다. 잘 지내셨어요"라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당과 정부가 한몸처럼 움직이자"며 "특히 오늘이 취임 한 달이자, 이 대표 취임 1주년을 맞는 날이라 더 뜻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이 대표 이야기를 경청했다. 윤 대통령은 "종전이 가까운 시기에 되기 어려워 보이죠?"라고 물었고, 이 대표는 "내부 정치적 상황이 있어서 종전을 쉽게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지지했다. 당내 일각에서 이 대표의 방문을 "정부 기조와 다른 행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위로로 읽혔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체계 등 국내외 법적인 것이 결론이 나서 이 대표가 특사로 가게 되면 더 할 것이 많은데"라며 아쉬워했다.
'文 사저 앞 시위' 尹 발언에 지지도
비공개 오찬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다. 한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출근길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는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거론하며 "말씀을 잘하신다"고 칭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보수단체 시위도 대화에 올랐다. 다른 최고위원은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인데,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는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에 대해 "적절했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한다.
"靑 봤으면 그냥 있자 했을 것" 김 여사 발언 소개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개방된 청와대를 둘러본 후 "미리 봤으면 우리도 청와대에 그대로 있자고 했을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김 여사와 청와대 관저를 둘러본 사실을 밝히고, "만약 여기 와서 살았다면 청와대를 나가기 굉장히 어려웠겠다"는 김 여사의 발언을 소개했다.
尹 "집무실 이름 후보 마음에 안 든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 명칭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공모한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앞서 '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번 오찬은 취임 후 첫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 회동이라 대내외 경제 상황과 관련한 대통령실과 당의 협력 메시지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한 참석자는 "북한 도발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놨다는 취지의 말씀을 제외하면 개인적인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측도 이번 회동에 대해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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