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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왜 착한 놈만 먼저 데려가노…" 대구 화재 눈물의 발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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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왜 착한 놈만 먼저 데려가노…" 대구 화재 눈물의 발인식

입력
2022.06.12 11:10
수정
2022.06.12 16:3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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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두드리며 "아이고 아이고" 오열 행렬
"내 새끼 우야노" "너무 억울" 울부짖기도

대구 방화 참사 피해자들의 발인이 엄수된 12일 김모 변호사와 그의 사촌 동생인 김모 사무장의 운구차량이 대구 중구 삼덕동2가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 방화 참사 피해자들의 발인이 엄수된 12일 김모 변호사와 그의 사촌 동생인 김모 사무장의 운구차량이 대구 중구 삼덕동2가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류수현 기자

12일 오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은 어느 때보다 비통함이 가득했다. 지난 9일 7명이 숨진 대구 법무빌딩 방화 참사 피해자 5명의 발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 6명 중 결혼한 지 한 달여 만에 숨진 30대 여직원은 전날 발인했다.

이날 오전 6시 50분쯤 50대 직원을 시작으로 희생자 5명의 발인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일부 유족은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며 영구차에 오르는 관을 내려치기만 했다. 유족과 지인들은 “이렇게 보내도 되나” “하늘은 왜 착한 놈만 먼저 데려가나” “억울해서 우야노. 억울해서…”라고 울부짖었다.

사촌형제 사이인 김모 변호사와 사무장의 관이 차례로 나오자, 탄식은 더욱 깊어 졌다. 발인 직전 빈소에선 “좀 깨어났으면 좋겠다” “오빠 어떡하노” 하며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졌다. 김 변호사 아내는 “잠깐 갔다 온다 했잖아. 자기, 집에 와야지"라며 관 위에서 흐느끼며 쓰러졌다. 친인척들은 "진짜 이건 아니다, 아니다", "우리 새끼 우야노", "뭔 일이 이렇게 되노", "진짜 미치겠다", "사촌들이 이게 뭐고"라며 함께 울었다. 학생 신분인 자녀들은 입술을 깨물고 먼 곳을 응시하며 슬픔을 억눌렀다.

사무장의 관이 나오자 유족들은 운구차량에 실린 관을 두드리며 오열했다. 장례지도사가 “이제 보내드릴게요”라고 안내하자 겨우 뒤로 물러섰다.

숨진 김 변호사와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한 배모(72) 변호사는 "가슴이 너무 무거워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고,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유족들한테 위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방화범이 제기한 투자금 반환 소송의 상대방 변호인이다.

다른 희생자들의 발인식도 9시까지 엄수됐다. 한 유족은 오열하다가 다른 유족의 부축을 받아 차량에 탑승하기도 했다. 이날 발인한 희생자들은 모두 대구명복공원에서 화장돼 가족묘원이나 공원묘원 등에 안장된다.

발인은 끝났지만, 대구지방변호사회는 13일 오후 6시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석화 회장은 "내일 오후 6시에 대구지방변호사회가 추도문을 낭송하고 시민들이 남겨 놓은 편지를 읽는 등 헌화와 분향을 하는 것으로 분향소 일정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전국의 변협과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서 진행 중인 모금이 끝나는 대로 유족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가 차려진 첫날 낮 12시에 설치돼 사흘 동안 운영 중인 재난심리지원 창구도 유족 상담 4건과 호흡법, 병원진료 안내 등의 정보를 제공한 뒤 오전 9시쯤 철수했다.

앞서 지난 9일 오전 10시 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남쪽 법무빌딩 2층에서 소송 패소에 앙심을 품은 천모(53)씨가 소송 상대방 변호를 맡은 법률사무소에 난입, 흉기를 휘두르고 인화물질을 뿌린 뒤 방화했다. 이 불로 6명이 희생됐고, 방화범도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천씨는 대구 수성구 범어3동 신천시장 재개발에 투자했다가 미분양으로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회수하기 어렵게 되자, 시행사 등을 대상으로 각종 소송을 제기했지만 잇따라 패소했다. 사건 전날에는 시행사 측이 천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사건 당일에는 자금을 관리 중인 신탁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대구 법무빌딩 방화 참사 피해자인 김모 변호사의 발인이 엄수되는 가운데 관이 운구차량에 오르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 법무빌딩 방화 참사 피해자인 김모 변호사의 발인이 엄수되는 가운데 관이 운구차량에 오르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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