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국위원회 소집, 쇄신 공감했지만
선거 연패에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아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정의당이 사태를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이은주 원내대표를 선임하면서 비대위 구성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대선부터 연이어 낙제점을 받고 일각에서는 당 존폐 위기까지 거론하고 있으나,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다는 것이 정의당의 고민이다.
정의당은 12일 국회에서 전국위원회를 소집하고 이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로 결정했다. 임기는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9월 27일 동시당직선거까지며, 위원은 3인 이내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전국위 회의 브리핑에서 "비대위는 혁신지도부 선출을 준비하면서도 아래로부터 당을 진단하고 진로를 모색하는 '혁신평가'에서 도출된 과제를 집행하고 당원과 시민들에게 결과를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의당 지도부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 9명만 당선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총사퇴했다. 이는 21명을 당선시킨 원외정당 진보당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이뿐 아니다. 자치단체장은 광역과 기초를 불문하고 전멸했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는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이은주 "가장 두려운 것은 정의당 정치의 지속가능성"
이날 전국위는 정의당의 위기를 드러내듯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원내대표는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시민이 가진 정치적 판단의 엄정함은 가혹하고 냉정하다"며 "결과로 증명하지 못하는 정당, 성과를 낳지 못하는 정치가에게 선처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거대양당에 밀려 진보정당이 설 자리가 없었던 것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지금 정의당의 위기는 안팎에서 존폐 위기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과거엔 비록 소수정당이어도 시대를 선도하는 분명한 방향성으로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면, 지금은 '민주당 2중대', '정체성 정치' 같은 프레임에 빠지면서 대안정당으로서 존재감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 원내대표도 이날 "가장 두려운 것은 선거에 참패했다는 것, 의석을 잃었다는 것이 아니라 정의당의 정치가 지속가능한가라는 시민의 물음"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 대목에서 눈물을 잠시 참기도 했다.
새 동력·리더십 부재... 책임론 공방도 과열
일단 강도 높은 당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다 잘될 거야'라는 낭만적 낙관성으로 말해선 안 된다.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존재하지 않는 해법을 찾아 다니느라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며 "우리 스스로 가혹하게 우리 안의 진짜 문제를 찾아내고, 죽을 힘을 다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의당의 미래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지지율을 끌어올릴 새 동력이나, 당 내 리더십을 세울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찾기 어려운 탓이다. 이날 전국위에서도 유력한 비대위원장 후보가 없어 백가쟁명식 논의를 하다 현 원내대표에게 맡기는 절충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9월 동시당직선거를 연기하고 비대위를 장기적으로 운영해 쇄신을 완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이날 전국위에서 낸 것으로 전해졌다.
쇄신이 지지부진하자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둔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당원 그룹 '새로운 진보'는 지난 8일 '정의당의 강력한 혁신을 위한 7대 요구안'을 발표하고 비례대표 총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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