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창립자인 루이비통이 1800년대 귀족들의 짐을 싸는 '패커'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루이비통이 패커로 일하면서 짐을 마차에 쌓기 편리하도록 평평한 트렁크를 만든 게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의 시작이 됐다.
서울 강남구 '송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루이비통의 디자인 가구 전시회 '오브제 노마드'에는 이처럼 여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루이비통의 브랜드 스토리가 녹아 있다. 전시명인 오브제 노마드는 2012년 출시된 루이비통의 가구 컬렉션 이름. 접이식 스툴, 해먹, 벨 램프 등 이동식 가구와 소품을 포함해 캄파냐 형제의 '코쿤 체어', 마르셀 반더스 스튜디오의 '다이아몬드 소파' 등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가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패션 브랜드 전시회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 미디어아트, 회화 등 전시 종류도 다양하다. 생 로랑은 지난 12일까지 4일간 'SELF 프로젝트-SELF 07' 사진전을 서울을 포함한 파리, 런던 등 세계 6개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했다. 까르띠에도 지난달 서울에서 '인투 더 와일드'라는 이름의 체험형 미디어아트 전시를 공개했다. 구호는 작가 장마리아와 협업해 회화 전시를 열었고, 띠어리는 이번 달 30일까지 '목적'을 주제로 영화와 사진을 선보인다.
공통점은 이들 전시회가 모두 무료라는 점이다. 그만큼 예매 전쟁도 치열하다. 루이비통의 디자인 가구 전시회는 하루 900명씩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이미 13일간(7~19일) 표가 동이 난 상태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럭셔리 브랜드가 거금을 투자해 무료 전시회를 여는 이유는 왜일까.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 소장은 이런 전시회가 "브랜드와 소비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쇼메, 반클리프 앤 아펠 같은 하이 주얼리 브랜드들이 카카오톡 채널만 가입하면 무료 이모티콘을 제공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이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요즘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브랜드 유대감을 형성해 신규 고객과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시회의 시작은 2014년 DDP에서 샤넬이 주최한 '장소의 전시'였다. 이 역시 디자이너 샤넬에게 영감을 줬던 장소들을 소개하는, 브랜드와 얽힌 스토리를 전달하는 전시였다. 지난달 막을 내린 까르띠에의 전시도 지금의 '팬더(표범) 컬렉션'을 있게 한 까르띠에의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쟌느 투상과 팬더 디자인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담아 호평을 받았다.
박소현 경희대 의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물건 사러 오세요'라고 하면 안 가지만 '전시 보러 오세요'라고 하면 모이는 게 소비자 심리"라며 "전시회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제품이 단순 소비품이 아니라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에 가깝도록 느끼게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무료 전시다 보니 작품 수가 지나치게 적어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전시 날짜가 짧은 경우가 많다는 건 한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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