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과대 A교수, 학생 장학금 1980만원 가로채
대학원생 채팅방에 음란물 올리고 성적 질문
욕설·폭행 일삼고 식사 비용 학생들에게 전가도
조교의 장학금을 횡령하고 학생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음란물을 공유한 고려대 교수가 학교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려대 인권ㆍ성평등센터는 올해 2월 보건과학대학 A교수에 대한 특별조사를 마치고 징계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금전 문제가 걸려 있어 지난달 감사실 조사도 진행됐으며, 조만간 징계위가 열릴 예정이다.
A교수의 비위 행태는 그가 운영하는 실험실에서 근무하던 대학원생 B씨가 지난해 12월 센터에 신고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A교수는 학생들의 장학금을 가로채거나 이들에게 금을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19, 2020년 1,980만 원이 넘는 B씨의 조교장학금을 실험실 사용료 명목으로 환수했다. 2019~2021년에는 스승의날 선물 등을 이유로 학생들에게 금을 요구했고, 최소 6g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음란물 공유와 성적(性的) 발언도 다반사였다. 그는 대학원생과 함께 있는 채팅방에 음란물을 올리고, 학생들에게도 업로드를 요구했다. B씨에게는 “연인과 성관계를 했느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A교수는 2018년 6월 속옷만 입은 여성 사진을 스튜디오에서 직접 촬영한 뒤 이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상식을 넘어선 행동은 이뿐이 아니었다. ‘노예 XX’, ‘병신 같은 X’ 등 폭언을 일삼는가 하면, 뒤통수를 때리고 뒷목을 누르는 등의 폭력도 가했다. 식사 자리에 동행하지 않으면 실험실 출입을 금지하고, 식사 비용을 학생들에게 떠넘긴 적도 있었다.
센터는 학생들을 상대로 한 A교수의 행태가 ‘괴롭힘’과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려대 규정상 괴롭힘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학습ㆍ연구ㆍ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성희롱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성적 언동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A교수는 센터 조사에서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식사 비용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이고, 뒤통수를 때린 건 해당 학생이 실험실 출입 수칙을 어겨 일어난 예외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적 맥락이 있는 사적 대화 역시 개인상담이나 조언 과정에서 상대 학생과의 신뢰관계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 징계위에서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교수는 심의결과가 통지된 후 센터에 재조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조사는 조사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거나 새로운 사실이 제시되는 경우에 한해 한 번만 청구할 수 있다. 재조사가 무산된 만큼, 그의 처분은 징계위에서 결론 나게 됐다. 고려대 관계자는 “교원 인사에 관한 건은 공개할 수 없고, 규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며 징계위 세부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피해 학생들은 합당한 징계가 나오길 원하고 있다. B씨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처분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학생 C씨는 “앞으로 대학원생의 인격을 해치는 다른 연구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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