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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대박 터진 K팝 현지 아이돌...J팝 아성 무너뜨린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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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대박 터진 K팝 현지 아이돌...J팝 아성 무너뜨린 비결?

입력
2022.06.14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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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노하우로 기획된 보이그룹 JO1, 걸그룹 니쥬 잇따라 일본 오리콘 차트 정상 정복

CJ ENM이 일본 현지 기획사와 손잡고 제작한 보이그룹 JO1이 지난달 15일 일본 도쿄 인근 지바시 소재 대형 전시컨벤션센터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케이콘 프리미어 인 도쿄’에서 공연하고 있다. CJ ENM 제공

CJ ENM이 일본 현지 기획사와 손잡고 제작한 보이그룹 JO1이 지난달 15일 일본 도쿄 인근 지바시 소재 대형 전시컨벤션센터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케이콘 프리미어 인 도쿄’에서 공연하고 있다. CJ ENM 제공

지난 6일 자 일본 오리콘 차트 주간 앨범 순위 1위는 일본 11인조 그룹 JO1의 정규 2집 '키즈나'다. 일본인들로 구성된 그룹이지만 CJ ENM이 일본 현지 기획사 등과 손잡고 제작한 TV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1을 통해 데뷔했다. 한국 K팝의 노하우로 기획된 그룹으로 K팝이 현지화한 셈이다. 이들의 2집 앨범은 1주일 만에 26만 장이 팔리는 등 올 1~5월 일본 내 음반 판매 순위도 3위까지 올랐다. 2년 전 데뷔 앨범으로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했던 이들은 J팝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보이그룹 선두주자다. 걸그룹 중에선 JYP엔터테인먼트가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한 니쥬가 지난해 12월 첫 정규 앨범으로 오리콘 주간 앨범 차트를 정상에 올랐다.

한국 기획사의 K팝 기술로 제작된 일본 아이돌 그룹들이 잇따라 일본 차트를 공략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JO1, 니쥬에 이어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 2 출신의 11인조 일본 보이그룹 INI는 지난해 데뷔 싱글이 50만 장 이상, 올해 내놓은 두 번째 싱글이 75만 장 이상 팔렸다. 지난달 14, 15일 일본 도쿄 인근 지바시 소재 대형 전시컨벤션센터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케이콘 프리미어 인 도쿄’에 JO1과 INI를 만나기 위해 4만 명의 팬들이 몰리는 등 이들의 인기는 그야말로 무섭게 치솟는 중이다.

JO1과 INI의 멤버 22명 중 중국인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일본인이며 노래도 대부분 일본어다. 얼핏 J팝 그룹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공연을 보면 J팝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음악 성향에서 칼군무,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의상 등 여러 모로 K팝 색채가 두드러진다. 이들의 소속사인 라포네 엔터테인먼트의 장혁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화상 인터뷰에서 “JO1, INI의 음악 장르가 K팝인지 J팝인지 묻는 질문을 자주 듣는데 이제 K팝은 ‘한국’ 음악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핫한 장르”라고 말했다. K팝을 더 이상 한국이라는 지역에 국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K팝 그룹이 인기를 끈 건 오래된 일이지만 한국 기획사가 제작한 일본인 그룹이 차트 정상을 정복하는 건 최근 들어 생긴 현상이다. JO1과 INI의 성과가 수치 이상으로 의미를 지니는 것도 일본 아이돌 그룹, 특히 보이그룹 시장의 보수적 폐쇄성 때문이다.

일본 보이그룹 시장은 방탄소년단 등 K팝 그룹들을 제외하면 쟈니스라는 단 하나의 일본 기획사가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오리콘 차트 연말 앨범 톱15에서 K팝 그룹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의 앨범 5장, 일본 록 밴드의 앨범 1장을 제외한 9개 앨범 모두 쟈니스 소속 보이그룹 앨범들이었다.

CJ ENM이 일본에 진출하며 고심했던 것도 쟈니스의 아성에 대항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찾는 일이었다. CJ ENM이 일본의 요시모토흥업과 합작해 만든 기획사가 라포네 엔터테인먼트다. 장혁진 COO은 “일본과 합작한 것은 일본 연예계의 폐쇄성과 관련이 있다”면서 “인기 진행자, 유명 개그맨 등 6,000여 명이 소속된 요시모토가 여러 방송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최적의 파트너였다”고 설명했다.

연습생 제도가 아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JO1과 INI는 ‘성장형 아이돌 그룹’을 선호하는 일본 팬들의 취향과도 맞아떨어졌다. 장 COO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실력이 떨어지는 참가자들이 많았지만 깜짝 놀랄 만큼 단기간에 실력이 늘었다”며 “일본에는 팬들이 가수를 키우는 성장형·육성형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이 점수를 준 듯하다”고 말했다.

K팝의 일본 현지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소로 K팝 특유의 디지털 마케팅도 꼽힌다. 장 COO는 “우리는 아티스트가 신곡을 낼 때마다 관련 콘텐츠를 끊임없이 공개한다"며 "일본에선 흔치 않은 일이어서 팬들이 공급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고 말한다. 일본의 팬덤이 K팝 가수들에 열광하는 중요한 요소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5대 음악 시장 중 K팝 현지화에 성공한 국가는 아직 일본뿐이다. CJ ENM, 하이브, SM, JYP가 미국과 중국, 남미 등에서 K팝 스타일의 그룹을 제작하면서도 일본에 중점을 두는 건 일본이 미국에 이어 약 7조 원 규모의 세계 2위 음악 시장인 데다 어떤 국가보다 K팝에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일본 도쿄 인근 지바시 소재 대형 전시컨벤션센터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케이콘 프리미어 인 도쿄’ 현장. CJ ENM 제공

지난달 14일 일본 도쿄 인근 지바시 소재 대형 전시컨벤션센터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케이콘 프리미어 인 도쿄’ 현장. CJ ENM 제공

K팝의 일본 현지화는 JO1, 니쥬, INI의 성공과 함께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브는 하이브 재팬을 통해 일본에서 활동할 보이그룹 앤팀을 준비 중이고, SM엔터테인먼트도 NCT도쿄를, JYP는 니쥬의 보이그룹 버전을 데뷔시킬 예정이다. 장 COO는 "우선은 일본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음악, 안무, 비주얼의 완성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K팝 창작자들의 역량이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무대로 뻗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혁진 라포네 엔터테인먼트 최고운영책임자. CJ ENM 제공

장혁진 라포네 엔터테인먼트 최고운영책임자. CJ ENM 제공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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