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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인사'가 명분?... 행안부, 경찰 통제조직 신설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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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인사'가 명분?... 행안부, 경찰 통제조직 신설 논란 확산

입력
2022.06.14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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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 경찰 인사·예산권 조직 신설 전달키로
이상민 장관, 취임 후 한 달간 '경찰 통제' 강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서울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서울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뉴시스

행정안전부가 경찰 인사ㆍ예산권을 행사하는 직제를 신설하기로 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 고위직 인사 절차를 정상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치적 중립’을 위해 30년 넘게 독립 외청으로 운영해 온 경찰을 갑자기 통제하려는 의도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13일 행안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 직속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는 앞서 10일 4차 회의에서 행안부에 경찰 인사와 예산 업무를 관할하는 공식 조직 신설을 이상민 장관에게 제안하기로 했다. 현재 경무관급을 포함, 경찰 3명이 파견돼 행안부 업무를 보조하고 있는 치안정책관실을 정식 직제로 격상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4차 회의를 진행했으나, 아직 최종 권고안이 도출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조만간 내용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논의가 상당히 진척됐음을 내비쳤다.

30년 된 '경찰 독립' 원칙 깨지나

인사ㆍ예산권은 어느 정부조직에서나 핵심 권한이다. 이를 상급기관이 통제하면 경찰의 독립성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1991년 내무부(현 행안부) 산하 치안본부를 경찰청으로 독립시켰던 가장 큰 이유도 정치적 중립 보장에 있었다. 이후 경찰청은 형식적으론 외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경찰위원회(현 국가경찰위원회)의 감시를 받아 왔지만, 30년간 진보ㆍ보수를 넘나들며 정부의 이념 지형이 아무리 바뀌어도 경찰 자체의 위상엔 큰 손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야당과 경찰 안에선 윤석열 정부의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후 수사권을 비롯해 입지가 크게 강화된 경찰 옥죄기의 목적이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13일 취임한 이 장관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시작으로, 최근 단행된 경찰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 6명을 사전 면담해 의심을 증폭시켰다. 10일에는 “정치적 중립은 모든 공무원이 해야 하는 것이고 경찰만 정치적 중립하면 되느냐”라는 발언도 했다. 또 차기 경찰청장 인사에 대해 “필요하면 (면접을) 볼 수 있다”며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경찰 관련 조직 신설 외에 행안부가 경찰을 적극 통제하겠다는 의지 역시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금 윤석열 정부는 경찰권의 독립적ㆍ중립적 행사라는 지난 30년간의 원칙을 허물며 경찰법 개정 정신을 역행하려 하고 있다”고 맹공했다.

'국가경찰위' 기능 강화하면 되는데, 왜?

경찰 내부에선 고위직 인사 정상화라는 통제 목적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역대 정부에서 경찰 고위직은 사실상 청와대(현 대통령실) 입김에 상당 부분 좌우됐다. 여기에 행안부 장관 자리도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꿰찼고, 새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행안부가 자문위 의견대로 신설 조직을 만들어도, 장관 인사 권한 강화는 허울뿐이고, 여전히 대통령실 의중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경찰 견제 조직인 국가경찰위원회 기능부터 강화하는 게 순리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도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지명하는 만큼 정치적 중립이 완전하다고는 볼 수 없다”며 “행안부가 경찰 예산과 인사권까지 틀어쥐면 독립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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