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조수석에 휘발유 싣는 장면 포착
전날 대구 도착 때는 가벼운 가방 2개
경찰, 본 거주 대전 일대 주유소도 탐문
구매 시점 등 파악 안 돼... 집중 수사 중
대구 법무빌딩 방화 참사의 용의자 천모(53·사망)씨가 범행에 사용한 휘발유와 흉기를 구매한 시점·장소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천씨가 소송 때문에 가끔 거주했던 대구 아파트는 물론, 본래 주거지인 대전까지 형사들을 보내 일대 주유소를 샅샅이 살폈지만,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13일 대구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방화 사건이 발생한 지난 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발화 지점인 법무빌딩 203호 사무실에서 1차 현장 감식을 실시해 연소 잔류물을 감정한 결과 휘발유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음 날 2차 합동 감식에서 천씨가 휘발유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 용기 3점과 물건을 감쌌던 수건 1개를 추가로 찾았다.
경찰은 천씨가 범행 당시 사무실 안에 휘발유를 뿌린 뒤 곧바로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구매 경로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천씨의 대구 주거지 폐쇄회로(CC)TV에는 범행 4분 전쯤 아파트 주차장에서 흰 수건으로 감싼 물체를 자신의 차량 조수석에 싣고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천씨가 이 물체를 들고 법무빌딩으로 들어와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빌딩 내 설치된 CCTV에 찍혔다.
전날 오전 찍힌 아파트 CCTV에는 소송 때문에 대전에서 대구로 막 도착해 가방 2개를 들고 아파트로 올라가는 모습이 촬영돼 있지만, 인화물질로 추정되는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경찰은 천씨의 동선을 추적해 대구에 이어 대전지역 주유소까지 탐문했으나, 구입처를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휘발유 구매 경로는 범행을 언제 계획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 단서라서 집중 수사하고 있다”며 “범행에 사용한 휘발유 양은 국과수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길이 11㎝ 흉기의 출처도 조사 중이다. 대구 법무빌딩 화재 사망자 7명 가운데 김모(57) 변호사와 사무장 1명은 복부 쪽에서 자상이 발견됐다. 경찰은 천씨가 불을 지르기 전 이들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천씨 집에서 찾은 휴대폰과 컴퓨터도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와 계획 등을 파악하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천씨가 여러 소송에서 패소한 뒤 상대방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점에 주목하고, 천씨가 연루된 소송 기록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
천씨는 대구 수성구 재개발사업에 투자했다가 미분양으로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회수하기 어렵게 되자, 시행사 등을 대상으로 각종 소송을 제기했지만 잇따라 패소했다. 사건 전날에도 고소사건에서 패소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범행 당일에는 자금을 관리 중인 신탁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 9일 오전 10시 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남쪽 법무빌딩 2층에서 소송 패소에 앙심을 품은 천씨는 소송 상대방 변호를 맡은 법률사무소에 난입해 불을 질렀다. 이 불로 6명이 희생됐고, 천씨도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