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하원 1·6 특위 2차 청문회 열려
큰딸 이방카 트럼프 등 최측근 다수 진술
"선거 당일 결과 확정 어렵다" 조언도 무시
'부정선거 입증 명목' 후원금 유용 의혹도
"헛소리(Bogus), 바보(Silly), 완전한 쓰레기(Absolute Rubbish)."
윌리엄 바 전 미국 법무장관
한때 '트럼프의 충신'으로 불리던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하원 1·6 특별위원회 청문회 영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 대선 조작' 주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특히 개표기가 조작됐다는 주장은 터무니없었지만, 너무 자극적으로 제기돼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게 분명했다"고 회상했다. 바 전 장관은 선거 사기 주장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후 지난 2020년 12월 경질됐다.
이날 열린 2차 청문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사기를 증명할 근거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부정선거 주장을 지속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 초점을 뒀다. 특위는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의회 난입 폭동'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청문회를 개최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 전 법무장관과 친딸 이방카 등 최측근들의 진술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선거 조작 근거 없다","결과 확신 어렵다" 측근 조언 무시한 트럼프
이날 청문회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빌 스테피언 전 선거대책본부장과 제이슨 밀러 전 캠프 대변인의 진술이 공개됐다. 스테피언은 직접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부인의 출산 때문에 취소됐다. 특위는 미리 촬영해놓은 영상으로 증언을 대신했다.
스테피언과 밀러는 본인들을 포함한 측근이 여러 번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거 조작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거 당일 밤, 결과를 확신하긴 이르다고도 조언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승리 선언을 밀어붙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따라 개표가 끝나지 않은 대선 다음날(11월 4일) 불쑥 승리를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딸 이방카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과 그 남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의 증언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방카는 "선거일 밤엔 여전히 결과를 집계 중이었고, 당일 결판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확실해지고 있었다"며 선언이 섣부른 결정이었음을 시사했다.
'부정선거 소송용' 후원금 유용 의혹도…"대규모 약탈"
트럼프 선거캠프의 후원금 유용 의혹도 제기됐다. 특위에 따르면 캠프는 대선 패배 후 "부정선거 소송을 위한 후원이 필요하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공식 선거 방위 기금' 모금을 벌였다. 이렇게 모은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 원) 이상의 후원금은 트럼프 정치행동위원회(PAC) 등에 흘러들어 간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 소속의 조 로프그린 하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을 지칭하던) '빅 라이'(Big Lie·새빨간 거짓말)가 사실 대규모 약탈(big rip-off)이었다"고 비판했다.
특위는 트럼프의 선거 조작 주장이 1·6 폭동을 유발했다는 증거 영상으로 청문회를 마무리했다. 영상에서 한 폭도는 "우리는 투표를 했고,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었는데 도미니언 시스템을 믿을 수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 사용된 도미니언 투표 집계 기기가 조작됐다고 우겨 왔다. 베니 톰슨 특위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그들(폭도)이 도널드 트럼프 때문에 그곳에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1·6 폭동의 책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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