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대통령, 다음달 사우디 이스라엘 방문
걸프 산유국에 원유 증산 요청할 듯...가치외교 포기
中 소비재 고율 관세 철회 검토...물가 안정은 미지수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거세진 인플레이션 불길을 잡기 위해 정책과 원칙을 하나씩 뒤집고 있다.
인권 문제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따돌림(pariah) 국가’로 만들겠다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바이든 대통령이 '증산 요청'을 위해 다음 달 공식 방문하는 데 이어, 무역전쟁을 이어가던 중국의 소비재 제품 관세 인하도 검토하고 있다. 모두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단시일 내 물가 안정을 이루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13~16일 △사우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서안 등 중동 국가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사우디에서 열리는 ‘걸프협력회의(GCC)+3(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정상회의 참석이 순방 목적 중 하나라고 밝혔다. GCC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슬람 수니파 6개 국가로 이뤄진 산유국 모임이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대통령은 거의 80년 동안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였던 중요한 사우디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소식에,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외교 기조를 원칙 없이 뒤집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우디의 실질적 리더인 빈 살만 왕세자가 2018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로 지목된 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맹비난해왔다. 이 때문에 양국 관계는 냉랭한 상황이었다. 사우디의 인권 개선 노력이 부족한데도 미국이 물가 안정을 이유로 한 수 접고 들어간 셈이다.
미 CNN은 “민주당 상원의원들도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는 것을 ‘진짜 잘못된 생각’, ‘큰 실수’라고 지적한다”라고 보도했다. 배럴당 120달러가 넘는 초고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사우디를 찾는 게 미국의 ‘가치외교’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 뒤집기는 대중 관계의 핵심 압박 카드인 관세 철회 방침에서도 확인된다. 미 뉴욕타임스(NYT), 악시오스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 중국산 소비재 일부 품목을 무역법 301조상 관세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고율 관세를 인하하면 미국에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 가격이 떨어져 미국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일부에서는 관세 인하가 전체 물가 상승률을 0.25%포인트까지 낮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NYT는 “중국에 대한 부담금 해제가 인플레이션에 큰 효과를 보일 것 같지는 않다”며 “(그럼에도) 행정부 관리들은 (이 방법 외에는) 치솟는 물가를 해결할 다른 방법이 거의 없다는 걸 인정한다”라고 전했다. 미국은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6% 상승하는 등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회의에 참석, “의회에 있는 공화당원들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내 계획을 막으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야당에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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