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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산화제 양 계측 불가... 센서값 믿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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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산화제 양 계측 불가... 센서값 믿을 수 없어"

입력
2022.06.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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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이 밝힌 누리호 발사 연기 이유

고정환(왼쪽부터) 항우연 본부장, 이상률 원장 등이 15일 오후 누리호 발사 일정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고흥=곽주현 기자

고정환(왼쪽부터) 항우연 본부장, 이상률 원장 등이 15일 오후 누리호 발사 일정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고흥=곽주현 기자

16일 예정됐던 누리호 발사는 기약 없이 연기됐다. 문제를 일으킨 건 1단 산화제 탱크 내 레벨센서(수위 측정 장치). 레벨센서는 산화제 충전 시 수위를 측정하는 역할을 한다. 발사체를 세운 뒤 움직이면 센서값이 변화해야 하는데, 1단 레벨센서가 이상 반응을 보였다. 발사 당일 산화제를 충전해도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신뢰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라, 도저히 이대로는 발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위성 발사는 엔진이 몇 초간 연소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정밀한 작업이라 연료나 산화제 양 측정은 매우 중요하다. 1차 발사 때도 단 46초가 부족해 실패했다. 온 국민의 관심을 받던 누리호 발사였지만, 오작동 센서를 달고 쏘는 모험을 감행할 순 없었다. 그래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뚝 섰던 누리호를 다시 눕히고 조립동으로 이동시켰다.



다음은 고정환 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사업 본부장 일문일답


-정확한 원인분석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후속 일정을 명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다. 센서 자체의 오류일 수도 있고, 센서를 연결하는 케이블 이상일 수 있고, 신호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값으로 바꿔주는 터미널 박스가 이상할 수 있다. 어느 부위인지에 따라 일정 바뀔 것 같다. 우선은 현재로는 부위 접근이 어려워서 이송을 결정했다. 빠르게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먼저다. 접근한 뒤 문제 부위가 특정되면 후속 일정을 말할 수 있다. 오늘 이송하면 바로 대상 부위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확인할 계획이다."


-가장 빠르게 점검하면 언제쯤 가능할지?

"그것도 말하기 어렵다. 일단은 기체를 안전하게 조립동에 안착하고 점검창 열어서 점검할 예정이다. 해당 부위에 가서 몇 가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장비 하나가 이상해서 교체하는 거면 빠르게 할 수 있다. 예비품이 있다. 하지만 어디를 분해한다거나 탈골해야 한다면 오래 걸린다. 근원적인, 설계의 문제라기보다 단순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빠른 시일 안에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약하기 어렵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2차 비행 시퀀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2차 비행 시퀀스


-오랜 기간 점검을 진행하면 위성 등 내부 장비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나.

"특별히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길어지면 3단을 위성준비동으로 보내 보관시킬 수 있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


-분해를 얼마나 해야 하나.

"우선 센서를 교체해야 한다면, 산화제 탱크 뚜껑을 센서 교체에 필요한 만큼 분해해야 한다. 그게 아니고 연결선이나 터미널박스 문제라면 해당 부위만 교체하면 된다. 어느 부위가 어떻게 문제 있냐에 따라서 얼마나 분해해야 하는지가 달라진다."


-점검하고 출발했는데, 발사대에서 발견된 이유는 뭔가.

"조립하고 나면 모든 장비나 센서 점검을 다 한다. 그 과정에서는 특별히 문제 확인 못했다. 어떤 문제가 언제부터 발생한 것인지는 원인 부위 파악과 함께 같이 확인해야 한다."


-센서 이상이 생기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산화제 충전량 계측이 정확히 안 된다. 정확한 센서값이 안 나온다. 기체를 기립한 뒤 움직이면 센서값 변화가 보여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 상태로 산화제를 충전한다면 산화제가 얼마나 충전됐는지 그 양을 믿을 수 없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를 일으켜 세우는 연속 사진. 뉴스1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를 일으켜 세우는 연속 사진. 뉴스1



-어디서 만든 센서인가.

"국내에서 제작했고, 역효과가 날 수 있어서 담당 기업은 나중에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 발사체를 발사하는 과정에서 극저온 센서 오류로 발사 중지되거나 연기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다른 부품이나 계통엔 문제가 없었나.

"이송해서 기립한 뒤 제일 먼저 한 게 전기 연결이다. 이후 발사체 내부 각 단의 전기장비를 점검하는 데 그 과정에서 다른 것은 이상이 없었고 이 센서 하나만 특이한 값이 확인됐다."


-문제 발견 이후 처리 과정은?

"오후 2시 5분에 이상을 확인했고 가능한 원인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한 뒤 현장에서 조치할 수 있는지 시도를 했다. 물리적으로 현장 작업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오후 5시에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상황을 보고했다. 위원회에서 조립동 이송을 결정했다. 현재 이송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립동에 이동하면 일단 내일 발사는 불가능하다."


-발사 예비일(16일부터 23일까지)까지 문제 확인이 안 되면 향후 절차는 어떻게 되나.

"예비일 안에 안 될 경우엔 발사 예비일을 잡아놨던 통보를 취소하고 다시 발사일 잡아서 국제사회에 통보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발사일을 정하려면 내부적으로 기술적 문제를 검토·검증하고 충분히 해결한 다음에 이를 발사관리위원회에 보고하고, 위원회를 통해 다음 일정을 잡는다."


-실무자로서 심경은?

"저도 당혹스럽다. 많은 분들이 와 계시는데 이런 일 발생하게 돼서 매우 죄송스러운 심정이다. 잘 해결해서 빠른 시간 안에 확실하게 문제를 조정하겠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만큼 연기까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상률 항우연 원장 답변="발사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했다. 관심도 많고 많은 일이 있어 최대한 그대로 진행하는 것도 검토는 했지만, 결국 현재 우리의 발사체 설계 알고리즘이나 안전을 생각했을 때 조금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1차 발사 이후 발사체 본부 인원들은 최선을 다했다. 날씨 문제로 하루 순연됐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좋은 결과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조금 아쉽게 됐다. 그러나 가야만 하는 길이다. 계속 노력해서 좋은 성과 보이도록 하겠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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