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금·노동 등 구조 개혁 예고
공기관 방만 경영·경직적 52시간제 대응
연금 개혁, 실패한 역대 정부 전철 밟나
윤석열 정부가 임기 동안 공공·연금·노동 등 이해당사자 반발이 거센 구조 개혁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적용을 해소하기 위한 새 정부의 움직임은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고 난도' 구조 개혁 과제인 국민연금 개혁은 대선 때와 비교해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文 정부서 비대해진 '공기관 다이어트' 착수
정부는 16일 내놓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①공공 부문을 최우선 구조 개혁 대상으로 제시했다. 방만 경영 등으로 해마다 뛰고 있는 공공기관 부채를 제어하기 위해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힘을 쏟았던 공공기관 다이어트의 '시즌 2' 격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였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비대해진 공공 부문의 덩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둘 전망이다.
정부는 우선 중장기 재무 관리 계획을 작성해야 하는 공공기관 39곳 중 10개를 재무위험 기관으로 지정하고 집중 관리한다. 부채 비율이 높은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이 정부의 특별 감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또 공공기관 간 하는 일이 겹치는 부서·기관과 인력은 통·폐합한다.
①공공기관 '철밥통' 구조를 깨기 위해 연공서열제는 능력에 따라 보수를 주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도 노동계 반발에 부딪혀 공공기관 직무급제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만큼, 실제 성사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②주 52시간제의 탄력 운용을 골자로 한 노동 개혁도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쌓인 기업 불만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구체적인 방안을 이달 내 발표할 예정이다. 초과 근로시간을 모아 유급 휴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이 거론된다.
③교육 부문 개혁 과제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을 제시했다. 학령 인구 감소에도 내국세의 20.79%만큼 따박따박 챙겨 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현행 유·초·중등 교육뿐 아니라 대학에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대선 공약에 머무른 연금 개혁…"의지 안 보여"
공공·노동 부문과 달리 ④연금 부문은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 계산을 통해 내년 하반기에 개선안을 마련하고,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 후 관련 논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선안은 5년마다 돌아오는 재정 계산 시기에 맞춰 정부가 매번 내놓는 결과물이라 새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공적연금위 설치도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바닥날 전망이다. 연금 보험료를 더 내고 수령액은 덜 받는 구조가 기금 부족을 메울 대안으로 여겨지는데 청년층 등 국민 반발이 불가피한 방식이다. 역대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말로만 외치고 행동으로 옮기진 못한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래 세대 부담을 가중시키는 연금 제도는 지금 당장이라도 두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며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발언 강도를 높였지만 정치적 부담을 감내하고 밀어붙일지는 미지수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이번 발표만 보면 정부가 연금 개혁 기본 방향, 공적연금위 구성 방식 등을 두고 답을 주지 않아 개혁 의지를 읽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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