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호르몬 관련 유전자(ESR1) 돌연변이가 유방암 재발을 앞당기고 내분비 치료마저 저해하고 생존율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유방암을 유발하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유방암의 70%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발견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코딩하는 유전자가 ESR1인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내분비 요법 치료 효과를 저해하고, 유방암의 진행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전이암 조직의 20~30%에서 ESR1 돌연변이가 검출된다.
ESR1 돌연변이가 언제 발생하는지는 유방암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존재한다는 설과 전이 과정에서 생성된다는 설이 있다.
이에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준ㆍ안성귀ㆍ배숭준 유방외과 교수와 이경우ㆍ김윤정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첫 발생한 유방암부터 ESR1 돌연변이가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디지털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법으로 ESR1 돌연변이를 찾고자 했다.
해당 검사법은 1/1,000에서 1/10,000에 해당하는 극소량의 희소 돌연변이도 검출할 수 있는 높은 민감도를 갖고 있다.
연구팀은 1997~2015년 수술 후 유방암이 재발한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 121명의 원발 암(최초 발생 암) 검체(샘플) 파라핀 블록을 수집했다.
검체에서 추출한 DNA를 디지털 PCR 검사법으로 분석해 5가지 종류의 ESR1 돌연변이(E380Q, Y537C, Y537N, Y537S, D538G)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전체 121명의 환자 중 9명 (7.4%)에서 ESR1 돌연변이가 검출됐다.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의 유방암 무재발 기간은 23개월로,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의 무재발 기간 49개월과 비교해 유방암 재발 시기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존 기간도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 그룹은 51개월에 불과했는데, 이는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 그룹의 211개월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였다.
내분비 치료 후 2년 내 재발을 뜻하는 ‘1차성 내분비 치료 저항성’의 경우 ESR1 돌연변이 환자 75% (8명 중 6명)가 1차성 치료 저항성 그룹에 속한 반면,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에서는 24%만 1차성 치료 저항성 그룹에 해당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활발하게 개발 중인 ESR1 돌연변이 대상 신약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안성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해당 신약을 유방암 수술 직후부터 사용하는 것이 치료 성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향후 환자 맞춤형 내분비 치료 개발에 중요한 임상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의 자매 학술지인 ‘npj Bre Cancer(IF 6.923)’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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