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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5개월 만에 중대재해법 개정, 성급하다

입력
2022.06.20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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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산업 현장에서 작업 중지권 보장 등 기업과 정부의 강력한 산재 예방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 4월 2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산업 현장에서 작업 중지권 보장 등 기업과 정부의 강력한 산재 예방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정부와 여당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국회를 우회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 추진은 물론이고 법을 위반한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줄이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전방위적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경영책임자의 의무 명확화를 위해 이르면 7월 시행령 개정에 나서겠다고 한 데 이어 이튿날 국민의힘은 안전 및 보건확보를 위한 충분한 조치에도 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의 처벌 형량을 감경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일부 정합성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시행령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경영책임자에게 강력한 산재예방 의무를 부과해 산재를 줄이겠다’는 법 제정 취지를 흔들 수도 있다.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감경해주겠다는 여당의 법 개정안은 더욱 우려스럽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처벌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고 200페이지가 넘는 해설서도 내놨다. 노동법 학자들도 현행법이 “주의를 다한 사용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아무리 살인죄 형량을 높여도 살인범죄가 줄지 않는 것과 같다”며 법 개정을 당론으로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야당일 때 자신들이 합의한 법 제정 취지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궤변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처벌이라는 특단의 조처 없이는 연간 2,0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는 ‘산재공화국’의 오명을 벗기 어렵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법이다. 게다가 법이 시행된 지 5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이제 막 법을 위반한 기업 대표 1명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기업의 산재 예방 노력 실질화 여부, 산재 감소 여부, 부당한 경영책임자 처벌 여부 등 법 시행의 결과를 따져본 뒤 개정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정권 초기의 무리한 법 개정 움직임은 기업 봐주기라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음을 정부 여당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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