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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마녀들이라 불린 선수들

입력
2022.06.2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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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 60년대 일본 여자배구

1964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시상대에 오른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위키피디아

1964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시상대에 오른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위키피디아

지난해 도쿄올림픽 직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환영 만찬에서 ‘동양의 마녀들’을 언급한 것은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 여자배구팀의 활약을 환기하며 선전을 다짐하고자 한 거였지만, 속마음엔 일본 경제 재도약의 염원이 있었을지 모른다.

1950~60년대, 엄밀히 말하면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차 석유파동이 시작된 1973년까지는 일본의 초고도 성장기였다. 실질GDP 성장률이 연평균 10%가 넘었다. 올림픽에 맞춰 세계 최초 초고속열차 ‘신칸센’의 도쿄~오사카 구간이 개통됐고, 하네다 국제공항이 대대적으로 정비·확장됐으며, 도로와 지하철이 연장됐다. 1964년 올림픽 공식 시계 ‘세이코’는 전광판과 모든 기록경기장에 걸려 일제 정밀기계의 우수성을 과시했고, 소니 브라운관은 그 장면들을 전 세계로 실어 날랐다.

세계 언론은 원폭의 폐허 위에서 20년 만에 이룬 일본 경제의 기적 같은 부흥을 올림픽 일본 여자배구팀 선수들의 ‘롤링 다이브(rolling dive)’ 기술에 대비했다. 공을 받아낸 뒤 앞구르기하듯 곧장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는, 일본 대표팀이 유도 낙법을 응용해 처음 선보인 리시브 기술이었다.

1954년 창단한 대일본방적 실업팀으로 시작해 노동과 스포츠를 병행해야 했던 일본 여자배구팀은, 혹독한 훈련과 전술의 혁신가라 불리는 오오마쓰 히로부미(大松博文) 감독의 지도로 세계적 기량을 키웠다. 170cm 이상 장신이 단 한 명뿐이었지만, 롤링 다이브 외에도 시간차 공격, 톱스핀 서브 등 신기술로 1961년 유럽 원정에서 22연승 무패 기록을 달성했고, 1962년 소련 세계선수권대회도 석권했다. IOC 총회는 1961년 6월 21일 유도와 배구를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했고, 일본 여자대표팀은 소련과의 결승전에서 3대 0으로 압승했다.

외신은 그들을 ‘동양의 마녀들(Oriental Witches)’이라 불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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