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할 말이 없다."
21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지휘권을 보장하는 것을 뼈대로 한 '경찰 제도개선 최종 권고안' 발표를 앞두고 국민의힘 경찰 출신 의원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이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현수막을 내걸며 극렬 반발하고 있는 모습과 대조된다.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자는 움직임은 비대해진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어 논란의 대상이다. 무턱대고 친정을 감싸는 것도 문제지만, 한때 몸 담았던 경찰 조직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침해된다는 지적에도 침묵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해관계 조정과 갈등 해소의 책임을 지닌 여당 의원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중요 현안에서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 진출한 경찰 출신 인사는 모두 9명으로 이 중 7명이 국민의힘 출신이다. 지방경찰청장 출신의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20일 "정부와 경찰 입장 간의 간극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지금 입장을 말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민주적 활동을 방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구체적인 대답을 피했다. 치안감을 거친 또 다른 여당 의원은 "아직 해당 부처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해 상세한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달 말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승진자 6명을 개별 면담한 데 대해서도 "누구든지 인사를 앞두고 만날 수 있는 것"이라며 "순수한 의도의 면담이라면 오히려 좋은 것 아니겠냐"고 두둔했다. 일선 경찰에서 장관의 이례적인 면담 행보가 정권 코드에 맞춘 '줄 세우기'라고 비판하는 것과 정반대 기류다.
국민의힘 경찰 출신 7명 중 공개적으로 의견 표명을 한 건 권은희 의원이 유일하다. 권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는 민주와 법치의 회복을 약속했는데, 그 턱 밑에서 법치주의 훼손 시도가 진행 중"이라며 "(경찰국 신설은) 권력이 치안사무를 장악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일상적으로 위협했던 시절을 재현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의 지나친 '몸 사리기'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속내를 읽은 결과로 보인다. 아울러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려는 여권의 '시행령 정치'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정부조직법 대신 시행령 개정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에서 20~30년 몸 담았던 이른바 '경찰 엘리트' 출신들이 정치적 유불리에 매몰돼 입을 다물고 있다"며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인지, 정치적 이익에 따라 현실을 외면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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