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윤리심판원 명단'에 문자 수백통씩
당 자정 노력에도... 팬덤 정치 구태 여전
한동안 잠잠했던 더불어민주당 강성 당원들이 다시 무차별적 문자폭탄 공세에 나섰다. 성희롱 발언을 한 강경파 최강욱 의원의 징계 소식에 분개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는 출처 불명의 '윤리심판원 명단'을 공유하고는 엉뚱한 의원들에게 수백 통씩 문자폭탄을 투하하는가 하면, 최 의원 징계를 촉구한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앞서 이재명 의원은 강성 지지층을 향해 과도한 팬덤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가짜 '윤리심판원 국회의원' 향해 강성 지지층 문자폭탄
21일 이 의원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 민주당 강성 당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민주당 윤리심판원 국회의원 명단'이 빠르게 공유됐다. 여기엔 징계 결과를 브리핑한 김회재 의원을 비롯해 김종민·신영대·안규백·양기대·오영환·윤재갑·이병훈 의원이 기재됐다. 강성 지지층은 이들이 최 의원에 대해 당원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면서 전날 밤부터 문자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가짜뉴스다. 김회재 의원을 제외하면 명단에 기재된 의원 모두가 윤리심판원 소속이 아니다. 양기대 의원은 21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윤리심판원 소속이 아닌데 어제 밤늦게부터 문자폭탄이 오기 시작했다"며 "이런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윤리심판원은 외부 인사가 대다수다. 강성 지지층이 문자폭탄을 '오폭'한 것으로 추정된다.
팬덤 정치 자정 실패... 더욱 커지는 당내 우려
당내 토론과 적법한 의사결정마저 위축시키는 문자폭탄의 재등장은 민주당의 팬덤 정치 자정이 만만치 않은 과제임을 보여준다. 앞서 이재명 의원과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강성 지지층을 향해 과격한 언행 자제를 촉구했지만 며칠 안 돼 똑같은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허위 명단에 기재된 한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원색적 욕설이 담긴 문자 메시지 수백 통을 받았다"며 "명단에 기재된 의원 다수가 친(親)문재인·이낙연계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최 의원 징계마저도 계파 싸움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의 독립기구인 윤리심판원을 공격한 것은 '선을 넘었다'는 의견이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만에 하나 윤리심판원 명단이 공개되면, 향후 윤리심판위원들이 징계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당에서도 극소수만 윤리심판원 명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도 경찰 고발
박 전 위원장을 향한 공격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날 박 전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한 일을 가지고 (박 전 위원장이) '성희롱 사건', '성폭력 사건'이라고 명백한 허위 사실을 온 나라에 유포했다"며 "최 의원이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게 만든 박 전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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